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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세 외식업체 ‘중처법’ 대략난감…“가족끼리 장사하라고?”


입력 2024.01.30 06:53 수정 2024.01.30 06:5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

사고 예방 위한 시설 투자 등도 부담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에 ‘분통’...“정부 차원 캠페인 벌여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가게 주인이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가운데 소규모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기자가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시내 식당 10곳의 업주들에게 해당 규제 시행에 대해 물어본 결과 6명은 아예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뉴스에서 잠깐 본 기억은 있지만 이런 작은 식당에도 해당 되는 얘기인 줄은 처음 알았다”면서 “그럼 사람을 쓰지 말라는 거냐. 당연히 사고가 안 나야 하지만 모든 죄를 업주가 지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데일리안 최승근기자

소규모 외식업 점주들은 예방보다는 사고 발생 후 처벌에 대해 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외식의 경우 건설 등 다른 업종에 비해 현장 사망사고 발생률은 낮지만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상 지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 때문에 심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기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음식 장사하다가 감방도 가게 생겼다”면서 “자기 장사하는 어느 자영업자가 일부러 사고가 나길 바라겠나. 가뜩이나 사람도 안 구해지지만 앞으로는 더 뽑지도 않을 것 같다. 가족끼리만 장사하라는 얘기냐”고 말했다.


해당 법안 시행 이후 추가적인 설비 투자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후화 된 시설 투자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음식점 대부분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항상 있게 마련”이라며 “결국엔 좀 더 안전한 설비로 바꿔야 하는데 아무 지원 없이 사고 나면 처벌만 하겠다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자리에만 앉아서 법을 만들고 하니까 매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골탕을 먹는다”며 “선거철에만 얼굴을 비추는 행태가 꼴보기싫다”고 꼬집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도 비슷한 반응이다. 소규모 외식업장에 비해 인력, 자본 등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가맹점주 교육을 강화하고 식재료 등 위생 매뉴얼도 다시 한 번 체크하는 등 나름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모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식중독 등 위생과 관련된 사고에 대해 특히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재는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라 그나마 덜하지만 한 여름 같이 기온이 오를 경우 발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여름철에도 계란으로 인한 살모넬라균으로 김밥 식중독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식중독 사고의 경우 한 번에 많은 사람이 감염될 수 있어 점주로서는 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현행 중대시민재해법에 따르면 식중독 등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주는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유예가 되는 듯 해서 시간을 좀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교육이나 시스템 부분에 대한 점검을 하겠지만 실상 현장에서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차라리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계도 캠페인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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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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