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홍해·파나마 물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세미나' 개최
수출입 기업 70% 물류 애로…안전재고 확보 및 선제 선복 예약 권장
최근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과 파나마 지역의 가뭄으로 세계 양대 운하(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이 발생해 기업들이 수출입 물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리스크는 단기 이슈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현지 안전재고를 확보하고, 최소 한 달 전 선복 예약을 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오후 2시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홍해·파나마 물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수출입기업 110개사는 최근 물류 애로 조사에서 운임 인상(44.3%), 운송 지연(24.1%), 선복 확보 어려움(20.2%), 컨테이너 확보 어려움(11.4%) 등이 크다고 답했다. 이에 삼성SDS, LX판토스, 람세스물류 등 국내 주요 물류기업 담당자들은 이날 홍해 사태 물류 리스크를 진단하고 대응방안 등을 제시했다.
서돈석 삼성SDS 첼로 스퀘어 운영팀 그룹장은 '물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발표를 통해 파나마 운하 가뭄 심화, 수에즈 운하 전쟁 리스크로 선사들의 항로 변경 및 글로벌 물류 적체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나마 운하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청(PCA)은 파나마 운하의 통항 능력을 통제하기 위해 홀수 제한 및 일일 통한 제한을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하루 통항 제한 척수는 지난해 7월 말 32척에서 올해 1월 24척 수준으로 줄었다. 2월에는 18척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사들은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최대 1만4999TEU)의 중량을 줄이거나 파나막스급(최대 4500TEU)을 분할 선적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청은 가뭄이 앞으로 8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 해운 시장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 성수기 동안에도 가뭄이 지속되고, 수요도 회복되면 자연스레 파나마 운하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파나마 운하청이 추가 할증료를 부과하면 운임 추가 상승도 우려된다.
수에즈 운하 지역의 전쟁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지속되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가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길목인 바브 알 만다브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무차별 공격중이다.
파나마 운하 가뭄에 궁여지책으로 수에즈 운하로 우회하던 해운사들은 홍해 루트마저 막히자,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희망봉을 경유하면 수에즈 운하 대비 운송 비용은 15~20%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코트라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국 동안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파나마 운하가 27~40일이라면 수에즈 운하는 7~10일 더 걸리고, 희망봉 경유 시 20일이 추가로 필요하다.
선사들의 항로 변경에 따른 글로벌 물류 적체 현상으로 해상 운임은 고공행진중이다. 북유럽향 운임(SCFI)은 12월 15일 기준 1029에서 1월 19일 현재 3030을 기록, 3배 가량 뛰었다. 여기에 전쟁 리스크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재확산 우려도 늘고 있다.
수에즈와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8개 주요 선사들은 구간별로 각종 서차지(추가요금)를 부과중이다. CMA, 머스크, ONE, 하팍로이드, HMM, MSC 등은 지난달 말부터 200~1500 달러의 서차지 부과에 나섰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서 그룹장은 ▲북미 서안 IPI 복합운송 서비스▲중국/러시아 철도운송 서비스 ▲두바이 경유 Sea&Air 서비스 등을 들었다. 북미 서비스의 경우 롱비치를 경유하는 북미 동안 및 멕시코 지역 내륙운송 서비스를 말한다. 철도+트럭 이용시 걸리는 시간은 14일, 싱글 트럭 7일, 팀 트럭 3일로 상대적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규영 LX판토스 해운MI분석팀장은 '2024 해운 시황 전망 및 시나리오 분석' 발표를 통해 파나마·수에즈 운하 병목에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면서 시장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에즈 경유 선박 비중은 2023년 52%에서 2024년 4주차 13%로 급감했고, 이 기간 희망봉 선박 비중은 29%에서 64%로 급증했다. 이는 선박 수 기준이어서 선복량(TEU)으로 볼 경우 올해 수에즈를 경유하는 선박 비중은 더 적을 것으로 봤다.
우회 노선 증가로 운항 일수가 늘어나면서 주간 선박 공급량은 15~32%의 감소 효과가 발생했다고 황 팀장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유럽은 27%(약 14TEU), 북미동안은 15%(약 3만TEU) 각각 감소했다.
이 같은 양대 운하 병목 현상 결과로 크게 3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황 팀장은 제시했다. 첫번째는 단기/단발성 장비·선복 프리미엄이 올 1분기 중 해소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1분기 운임 급등 이후 점진적 완화다. 이는 선사들의 스케줄 회복 조치, 임시 항차, 노선 재편 등의 노력에 기인한다.
세번째는 극심한 병목 현상으로 운임 추가 상승 기조가 상반기까지 지속되는 것이다. 이 중 두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황 팀장은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미서안 운임의 경우, 2023년 4분기 144로 가정할 때 올해 1분기 298, 2분기 165, 3분기 141, 4분기 133으로 점진적인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해운 시황 전망은 기존 약보합에서 강보합으로 기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예상됐던 선복 과잉공급·수요 부진 기조가 양대 운하 병목에 따른 실질 공급 감소·선복 품귀 현상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화주 중심에서 선사 중심으로 시장 무게 중심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배병석 람세스(Ramses) 전무는 '우리 기업들의 대응방안' 발표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인해 선박 운항소요시간(Transit time)이 늘어나고 빈 선박(Vessel Void)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해상에 떠 있는 선박 증가로 빈 컨테이너 부족이 심화되면서 해상 운임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와 국적선사 등은 선박 투입 등 긴급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바우처 물류비 부문 지원한도를 긴급 확대하고 ▲미주·유럽 지역 사전 안전재고 확보를 위한 해외공동물류센터를 긴급 추가 지원하며 ▲미주·유럽항로 중소기업 전용 선복량을 40% 이상 확대했다. 국적선사인 HMM도 유럽에 1만1000TEU급 1척, 5000~6000TEU급 3척을 추가 투입했다.
화주 대응 방안으로 배 전무는 ▲현지 적정 재고 기간을 1개월에서 2개월로 확대하고 ▲우회 서비스 루트를 검토하며 ▲빈(empty)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전무는 "머스크의 경우 예약 시 빈 컨테이너 매칭 후 예약을 확정하고 있다"면서 "많은 선사들이 1월 말~2월 초 빈 컨테이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뜻하지 않은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우리 수출에 암초가 등장한 느낌이다. 파나마 운하 수위가 낮아져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노선으로 전환하는 상황이어서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해 사태가 3개월 지속되면 우리 수출 기업이 운임 상승과 선복 확보 문제로 수출에 타격 입을 것이라고 답한 해운사가 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해양수산부와 국적선사 협력해 우리 기업들이 조금이나마 피해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