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6명, 1975~1987년 형제복지원서 반인륜적 범죄행위 겪어 국가상대 소송
재판부 "원고들, 신체 자유 및 존엄성 침해…국가서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 있어"
"강제수용으로 극심한 고통 겪어…위법성 중대하고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아"
법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다시 한번 인정, 소송을 제기한 원고 16명에게 총 4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서보민)는 이날 김모씨 등 16명이 '108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총 45억3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975년 발령된 내무부 훈령은 위헌·위법하고, 이 훈령을 적용·집행한 직무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강제수용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원고 중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점,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하에 장기간 이루어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하고 약 25년 이상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원고들에 대한 명예 회복이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회복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위자료 산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정하고, 개별적으로 후유증이 있는 경우 가산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당시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아 단속을 시행하면서 내무부 훈령을 바탕으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1975~1987년 형제복지원에서는 납치된 일반인들을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암매장 등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벌어졌으나 철저히 은폐됐다. 1987년 3월22일 직원들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하모씨 등 26명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총 14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처음으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날 선고 후 피해자 측을 대리한 김건휘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총체적인 인권 침해 사건으로 인정한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다만 위자료가 일부 감액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향후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지난 12월 선고된)1심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법무부 입장을 전달 받고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하고, 절대적 반인권국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설령 피해자가 항소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항소하지는 말아주길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