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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원 투표'로 당헌·당규도 바꾸더니…선거제, 이재명 손에 쥐어졌다


입력 2024.02.04 00:00 수정 2024.02.04 00: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그간 전가의 보도 같았던 전당원 투표

비판 의식한 듯 선거제에선 '일단 후퇴'

민주당내 병립형 반대파도 80명 달해

李, 병립형 회귀 결정시엔 내홍 불보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오는 4·10 총선에 적용될 비례대표 선출 방식 등 선거제 관련 모든 당론 결정권을 이재명 대표에게 '포괄적 방식'으로 위임했다. 당초 '전당원 투표'를 통해 선거제 방향을 결정하려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원 뒤에 숨는다'는 비판을 의식해 일단 후퇴한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포괄적'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이미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반대하는 의원이 절반에 달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결단해 결과적으로 당내 이견을 묵살하는 모양새가 될 경우, 집단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일 야권에 따르면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와 관련해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며 "(이 대표에게) '포괄적' 위임을 하기로 최고위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거제의 당론 내용 △당론 의결 절차 △여당과의 협상 방안까지 모두 이 대표가 결정하게 됐다. 또 사안을 당론으로 최종 결정하기 위한 절차인 의원총회까지도 생략할 수 있다.


실제 강 대변인은 '의원총회를 열 필요도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거기까지도 다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당내에선 소수 의견의 국회 진출 보장과 이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지키기 위해 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론'과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충돌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개혁진보대연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원들은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비례 몇 석 더 얻으려다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 했다. 왼쪽부터 강민정·이학영·이용선·김상희·이탄희·민병덕 의원, 수화통역, 김두관 의원. ⓒ뉴시스

특히 당내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이 80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공동 성명을 내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선거제 갈등은 초선 이탄희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앞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라며 사실상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이 대표가 선거제 향방의 최종 결정권자가 된 만큼, 병립형 반대파의 의견을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에서 가장 흔하고도 위험한 말이 '포괄적으로'라는 단어"라며 "이 대표 결정대로 친명 지도부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절반이 이미 병립형 회귀 반대에 성명서를 낸 상황에서 향후 이 대표가 강성 당원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전당원 투표' 실시를 결정하거나, 병립형으로 결론 낸다면 민주당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며 "불출마와 탈당 선언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했는데, 책임을 당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왔던 바 있다.


또 같은해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의 성비위 의혹에도 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맡기면서 '당 소속 정치인의 귀책으로 발생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 제96조 2항을 무력화했다는 논란을 샀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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