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의 96% 차지…HTS·MTS 접속 오류 관련 多
유지 비용 어려움에 대형사 대비 저조한 전산 투자
차별화된 서비스 부재시 점유율 격차 확대 가능성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투심이 향하면서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오류를 빚은 사례가 급증했다. 중소형 증권사인 DB금융투자·하이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한 차례씩 전산 사고를 겪으며 투자자의 비난을 받은 결과 고객 민원이 과도하게 집중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형 증권사가 HTS 및 MTS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형 증권사의 전산 오류 개선 속도가 늦어질 경우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25곳의 민원은 총 2만229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7141건) 대비 약 212.2% 급증한 규모다.
이 기간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된 증권사는 DB금융투자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1만4190건의 민원을 기록하며 전체 민원건수의 63.7%를 차지했다. 이어 하이투자증권(5946건)과 이베스트투자증권(1268건)에도 민원이 몰렸다.
네 번째로 많은 민원을 받은 신한투자증권이 129건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3~4위의 격차가 약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DB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의 민원이 전체의 96.02%(2만1404건)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도와 편차가 컸다.
이들 3곳의 증권사에 접수된 민원의 공통점은 HTS·MTS를 통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전산장애 관련 문제라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HTS 및 MTS 편의성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으나 이 과정에서 전산 오류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함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IPO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증권사 전산 시스템의 과부하에 대한 지적이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들 증권사는 공모 청약일이나 상장일에 HTS·MTS 접속 오류가 잇따라 발생해 투자자의 비난을 받게 됐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3월 IPO 주관사로 참여한 바이오인프라의 상장 당일 매수·매도 지연 문제가, 하이투자증권은 같은해 6월 신규 상장한 진영의 상장일에 온라인 접속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지만 전산 장비 불량으로 부품 교체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들 증권사는 전산 사고 방지를 위해 전산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대형 증권사 대비 관련 투자 규모가 작은 실정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매년 전산 운용비를 늘려 서버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한 번 서버를 증설할 경우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에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들의 전산 설비 투자가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된다. 개인 투자자의 HTS와 MTS 이용률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극적 문제해결 자세를 취할 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고 대형사보다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점유율 격차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 싸움이라고 볼 수 있는 주식 시장에서 HTS·MTS 오류는 치명적”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산 오류가 발생할 경우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기에 해당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식거래의 대부분이 MTS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증권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 추가에 사활을 건 상태”라며 “MTS 경쟁력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간의 점유율 격차까지 벌어질 수 있기에 지속적인 개선, 즉각적인 문제 대응, 고객 니즈에 부합한 서비스 등이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