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 창구 관심...전년比 15.7%↑
“정부 지원사업 확대·제도 개선 등 주목해야”
올해 채권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발행도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가 녹색채권 지원에 나선 가운데 녹색채권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떠오르면서 발행 관심이 재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11일 한국거래소 사회적책임투자채권 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 1일~2월 8일) 국내 채권 시장에서 발행된 ESG채권 규모는 30조2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조9520억원) 대비 15.7% 증가했다.
ESG 채권은 기업의 사회책임투자(SRI)와 관련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이 중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녹색채권은 탄소 감축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을 말한다.
ESG 채권시장도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인해 투자 관심이 크게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 공모채는 물론 녹색 채권에서도 잇따라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시장 전반이 위축된 탓이다.
그러나 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과 함께 새해 공모 회사채가 활력을 찾자 ESG 채권 시장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녹색채권 역시 올해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재부상하면서 발행 규모가 증가 추세다.
녹색채권은 올해 1800억원이 발행돼 전년 동기(1000억원) 대비 80% 늘었다. 올해 발행에 참여한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을 거두면서 증액 발행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이 80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7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 총 5조6100억원의 투자 수요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수요예측 역사상 최대치다. LG엔솔은 지난해 6월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이번에 그 기록을 다시 썼다.
회사 측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발행하는 회사채 역시 녹색 채권으로 전액 발행한다. 조달한 자금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증설을 위한 해외 법인 증가와 양극재 등 원재료 구매에 투입될 예정이다.
시중은행도 ESG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8일 7억 달러(약 9300억원) 규모의 외화 ESG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번 ESG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재원을 국내 상생 금융과 해외 그린에너지 사업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포스코도 지난달 16일 해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5억 달러(약 6643억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그린본드는 친환경적 활동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제한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40억 달러(약 5조3140억원) 가량의 주문을 받은 포스코는 조달된 자금을 광양제철소 전기로 신설 투자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ESG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지원 사업을 통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경부가 올해 녹색채권 발행 지원예산을 137억원으로 늘리는 등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고 ESG 펀드 공시 기준도 도입됐다”며 “ESG 관련 다양한 제도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