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방어 '환헤지' 상품 3%대 오를 때 7%상승
원·달러환율 1400원 전후 넘나들며 상방압력 커져
미 금융시장 주도권 강화..."달러자산 선호 현상 강화”
리스크 선반영 의견도...“단기 고점 찍고 연말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성공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강달러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환율 변동성이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되는 환노출형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환노출형 ETF인 ‘KODEX 미국S&P500TR’는 최근 1개월간(10월8일~11월8일) 7.20%(1만7630→1만8900원) 상승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환헤지형 ETF인 ‘KODEX 미국S&P500(H)’의 수익률 3.69%(1만3420→1만3915원)를 2배 가까이 웃돌았다.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도 같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환노출형인 ‘TIGER 미국나스닥100’은 최근 한 달 동안 8.48%(12만55→13만240원)의 수익을 거둔 반면 환헤지형 ‘TIGER 미국나스닥100TR(H)’은 5.46%(1만6195→1만7080원) 오르는 데 그쳤다.
통상 강달러 시기엔 환노출형 상품이 환헤지형 상품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환노출형은 환율 움직임에 따른 위험을 방어(환헤지·hedge)하지 않고 환율의 등락이 수익률로 직결되는 상품이다. 환노출형이 달러 강세에서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면 환헤지형은 상대적인 수익률 약세에 묶일 수 있는 셈이다.
달러는 앞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강세를 보인 가운데 트럼프가 승기를 잡으면서 가치가 더욱 급등했다. 트럼프의 승리 선언이 나온 뒤인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4.5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장중 1413.5원까지 올랐던 지난 2022년 11월 7일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영향으로 8일 환율은 1386.4원으로 마감하며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시장은 긴장감을 풀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관세와 확장 재정정책을 골자로 한 트럼프 공약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의 자금도 환노출형 ETF에 몰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노출형 KODEX 미국S&P500TR에 대해 최근 2거래일간(11월 7~8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은 개인이 130억6900만원, 외국인은 134억8400만원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환헤지형 KODEX 미국S&P500(H)를 1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는 데 그쳤고 외국인은 9억30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장에선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에 안착할 위험이 커졌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상현 iM 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며 “트럼프 집권 2기 정책은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의 예외주의를 심화시켜 미 금융시장 주도권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금융시장이 트럼프의 당선을 선반영한 부분이 많은 만큼 우선 현재 수준에서 단기 고점을 찍고 연말까지 하락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트럼프발 불안요인을 금융시장이 상당 부분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현재 수준인 1400원 전후를 고점으로 연말에는 1350원 전후까지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