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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미투 운동 이후, ‘관대한 복귀’ 경계해야 [기자수첩-문화]


입력 2024.02.11 07:00 수정 2024.02.11 07: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다.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조연을 도맡으며 활동하던 그가 느지막이 만난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뒤에 불거진 이 논란은 여전히 공연계의 어두운 내면을 보여준다.


ⓒ파크컴퍼니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상습적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할리우드를 뒤흔든 후 미투(Me Too) 운동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국내에서도 2018년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게 성추행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그 시기 공연계에서도 ‘거장’이라 불리던 인사들에 대한 미투 운동이 시작됐고, 대부분 공연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주목할 만한 점은 거장들의 미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공연계에선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더 많다” “여전히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아직 용기를 내지 못했을 뿐”이라는 말이 많았다. 공연계, 그중에서도 연극계에 과거부터 뿌리 깊게 자리한 엄격한 상하관계와 도제식 교육의 산물이다.


현재까지 오영수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선고가 나지 않아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번 사건처럼 공연계에선 여전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일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에는 광주 극단을 중심으로 한 미투 운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연극배우인 피해자 2명은 여성단체에 “2012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극단 대표 2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일부 가해자의 부인은 피해자를 간통죄(2015년 폐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며 피해를 주장하고 가해자를 고소했다. 이들은 “가해자의 영향력 때문에 그동안 신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실을 공개하며 엄정 수사를 촉구했고, 1년여 만에 광주지검으로부터 피의자 3명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광주여성예술인 162명의 지지 선언, 탄원서에 동참한 675명의 시민과 예술인, 단체 58곳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다.


미투 운동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성별 간 편견과 인식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여성 연출자의 창작에 대한 기회도 넓어졌다. 특히 콘텐츠의 변화가 유독 도드라졌다. 현재까지 여성이 서사의 주체가 되는 작품이 다수 무대에 올려지고 있고,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는 여성 인물이 무대를 활보하고 있다. 성 구별이 없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나 성별을 바꾸는 젠더 밴딩 캐스팅도 활발하다.


즉 현재는 여전히 남는 과거의 관행에 따른 잔재들과 미투 운동 이후의 변화를 동시에 봐야 하는 시대다. 여전히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거나, 의혹을 받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무대에 서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선 ‘관대한 복귀’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예술을 방패 삼아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묵인하는 적폐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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