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현직 임원,2013년 노조 설립되자 노조 와해 전략 수립 및 시행 혐의
재판부 "피고들, 삼성 '비노조 경영' 방침 따라 노조원 탈퇴 종용…단체교섭 지연"
"에버랜드 노조 설립부터 교섭요구권 봉쇄…사회적 균형 위한 노동3권 침해"
삼성과 전·현직 임원들이 '에버랜드 노조 와해' 공작에 가담한 책임을 지고 전국금속노조에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정현석 부장판사)는 이날 금속노조가 삼성전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1억3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경총·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원기찬 전 삼성카드 대표·정금용 전 삼성물산 대표·박용기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24명은 공동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아울러 삼성물산·삼성전자·강 전 부사장 등 14명은 3천만원을, 에버랜드 협력업체인 CS모터스 등 2명은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에버랜드 노조에 대해 노조 탈퇴 종용, 단체교섭 지연 등 구체적인 방법으로 '와해' 전략을 실행한 사실과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실행했다"며 "협력업체 소속 노조원의 탈퇴를 종용하고 단체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들은 에버랜드 노조의 설립 당시부터 교섭요구권을 봉쇄하고, 대항노조를 설립해 그 운영에 개입했다"라며 "이는 사회적 균형을 위해 인정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은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금속노조는 '노조 와해 사건'으로 기소된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이 2019년 12월 1심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자 이듬해 4월 소송을 냈다.
이들 임직원은 2013년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수립해 시행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에 강 전 부사장,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이 실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강 전 부사장은 2011∼2018년 미전실에서 근무하며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에버랜드의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징역 1년 4개월의 확정판결도 받았다.
다만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겐 2심에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금속노조는 이날 선고 후 입장문을 통해 "청구액 전체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는데, 법원이 '노조파괴 범죄'에 여전히 관대하다는 점에 유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