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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기업대출 부실 2조4000억…출혈 경쟁 '경고등'


입력 2024.02.21 11:12 수정 2024.02.21 11:23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한 해 동안 5000억원 넘게 급증

부동산·건설업 등 부실 우려↑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 뉴시스

국내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에서 불거진 부실채권이 한 해 동안 5000억이 넘게 증가하면서 2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대출이 꺾이면서 기업대출이 격전지로 부상하는 가운데, 동시에 부실도 몸집을 불리는 모습이다. 과열 대출 경쟁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NPL)은 총 2조41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5064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채권은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증가 전환했다.


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대출을 건전성 상태에 따라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5단계로 분류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고정이하여신(NPL)이라 부른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으로 판단한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채권이 871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보다 무려 73.1%(3682억원) 급증한 것으로 같은 기간 NPL 비율도 0.26%에서 0.42%로 뛰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매각 규모도 644억원에서 1628억원으로 확대됐다.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다만 국민은행측은 기업대출 규모가 타행 대비 크고, 대출 등급을 간깐하게 취급하다 보니 NPL 잔액이 늘었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행 NPL이 상대적으로 높아보이는 것은 타행 대비해서 등급을 보수적으로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대출 연체율은 국민은행이 0.19%로 0.20% 후반대의 타행보다 월등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NPL도 많고 연체율이 높으면 심각한 상황인데 현재로썬 건전성이 염려되는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나은행의 NPL이 5940억원으로 같은 기간 31.1% 늘었다. NPL 규모가 가장 적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지난해보다 4.3% 소폭 증가한 39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은행의 NPL은 3.3% 감소한 5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부실채권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은 가계대출 성장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금융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40조4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9.0%(52조9740억원)이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모두 상승했다.


올해도 은행들은 우량 기업 대출 위주의 성장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며, 기업들의 이자 부담 고통이 커지는 등 경영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따른 건설업, 부동산업 등이 약한 고리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5.34%로 2012년(5.66%) 이후 11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금리는 평균 5.27%로 전년 대비 0.06%포인트(p) 올랐다. 대기업금리는 0.10%p 오른 5.18%로 나타났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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