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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조 돌파한 ETF 시장…자산운용사 실속은 ‘글쎄’


입력 2024.02.26 07:00 수정 2024.02.26 07:00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주요 5개사 작년 순익 6200억…전년比 11%↓

보수 인하 경쟁에 마케팅 등 비용 증가 영향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규모가 130조원을 넘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ETF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수수료 출혈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동시에 비슷한 ETF들이 난립하면서 마케팅 비용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전체 ETF의 운용자산(AUM)은 130조7423억원으로 전년 말(121조657억원) 대비 9조6766억원(8.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ETF 시장의 눈부신 성장 대비 자산운용사의 실적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한화자산운용 등 국내 5대 운용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6960억원) 대비 11.1%나 줄어든 것이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7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773억원) 대비 2.9% 증가에 그쳤다. 같은기간 삼성자산운용의 ETF AUM이 32조9505억원(점유율 42.0%)에서 48조7337억원(40.3%)으로 47.9%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결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수익성이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이익이 지난 2022년 5262억원에서 지난해 4171억원으로 20.7% 감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해외 계열사의 이익이 감소하면서 연간 순이익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KB자산운용은 전년(650억원) 대비 8.0% 줄어든 598억원을 나타냈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11억원에서 325억원으로 약 4.5%(14억원) 증가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에는 순손실 36억원을 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297억원으로 개선됐다.


주요 운용사들이 최근 ETF 열풍에 힘입어 몸집이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으로 직결되지 않는 이유로는 과열된 보수 인하 경쟁이 꼽힌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 등은 증가한 반면 수수료 수익성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작년 미래에셋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상품에 대한 수수료율을 0.01%까지 내린 바 있다. 이에 지난 2021년 1조531억원, 2022년 1조189억원 수준이었던 5개 운용사의 수수료 수익 규모는 작년에도 1조75억원을 기록하며 제자리걸음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한 자산운용사가 새로운 ETF를 출시해 인기를 끌 경우 나머지 운용사도 잇따라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선점효과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작년 월 배당 상품이 유행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주요 운용사 대부분 관련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ETF 시장이 200조원을 목전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운용사들의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다”며 “마케팅 및 관리 비용 등은 늘어나고 있지만 수수료는 낮아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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