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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0점 발언' 일파만파…"이번 총선 최악의 장면"


입력 2024.02.24 12:24 수정 2024.02.24 23: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평가위부터가 '기울어진 친명 운동장'

다면평가엔 '가결표 던졌느냐' 반영?

본인도 평가대상인데…李는 알았나

"공관위원장과 당대표한테만 전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찢겨지고 있다. 분열의 중심에는 현역 국회의원 하위 평가가 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논란이 된 현역 의원 하위 평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웃으며 "(특정 항목을)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고 말한 뒤, 파문은 수습되기는커녕 나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쟁점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특정 항목 '0점'이 왜 당내 특정 비주류·소수 계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에 집중돼 있는지, 어떻게 그러한 점수가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요인이 개입했는지가 한 가지다. 또 한 가지의 쟁점은 스스로 '0점 발언'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본인 스스로도 평가의 대상이어야 할 이재명 대표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지난 22일 '0점 발언'을 놓고, 이 대표에 비판적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0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현역 국회의원 평가를 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애초부터 친명(친이재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평가위는 송기도 위원장을 위시해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송 위원장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지지를 공개 선언했던 친명 인사다. 평가위원 중에는 최강욱 전 의원의 '조국 아들 허위 인턴 사건'을 변호했던 이창환 변호사,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변호인단 중의 한 명인 민변 소속 김재희 변호사 등도 포함돼 있다.


현역 의원 평가는 총 1000점 만점으로, 세부 항목은 △의정활동 380점 △지역활동 270점 △기여활동 250점 △공약이행 100점이다. 이 중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평가위로부터 기여활동(250점) 중 50점이 배점된 '공직윤리' 항목에서 0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의원도 마찬가지로 기여활동 중 50점이 배점된 '당직 실적'에서 0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가 임명하는 임명직 당직 경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박 의원은 이 대표와 지난 2022년 8·28 전당대회에서 선출직 당직인 당대표직을 놓고 경쟁했던 사이인데, '이재명 체제'에서 임명직 당직을 맡지 않았다는 이유로 0점을 받은 것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부터 '공직윤리' 등의 항목 자체에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적인 요소가 많다"며 "평가위원들이 작심을 하면 친명계는 50점 만점에 50점, 비명계는 50점 만점에 0점을 줘서 비명계를 전부 하위로 몰아넣는 게 뭣이 어렵겠느냐"라고 말했다.


'0점' 왜 하필 비명계에게만 집중됐을까
평가위에 최강욱·윤미향 변호사 등 포진
"누가 가결표 던졌느냐…다면평가할 때
어떤 마음으로 평가했을까 되돌아봤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사진 왼쪽)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평가위원들이 만약 편향적 평가를 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평가 결과를 설명하며 "심사위원들의 심사의견도 있지만 동료의원들의 평가, 지역구 당원들의 평가를 조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김성환 의원은 "핵심적인 갈등의 쟁점 중의 하나가 '왜 하위 20%에 비명계가 많느냐'인데 평가 직전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있었고, 우리 당 (의원) 30명 정도가 가결표를 던졌고 10명 정도는 기권·무효표를 던지지 않았느냐"며 "의원들이 다면평가를 하는데 이 요소들이 공직자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9월말에 체포동의안 처리가 있었고 평가는 11월에 있었는데, 그 중간에 도대체 누가 가결표를 던졌느냐는 논쟁이 한참 있었다"며 "11월에 의원 다면평가서가 내 의원회관 (사무실)으로 와서 내가 알아서 평가했는데, 평가할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평가를 했을까 되돌아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범죄혐의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그 범죄혐의자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다면평가에서 '0점' 등 불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셈이다.


이 대표는 "'나는 왜 하위냐'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하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구조적으로 비명계가 하위를 깔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동료의원 평가 '0점'도 있다더라
짐작할 수 있을 분…0점!"이라며 웃음
기자에 들었다?…임혁백 '깜짝' 놀랄 말
결국 "공관위원장과 당대표는 봤을 것"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또 하나의 쟁점은 본인 스스로도 선출직공직자평가의 대상이어야 할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누가 특정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심사위원들의 심사의견도 있지만 동료의원들의 평가, 그것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며 "여러분 아마 짐작할 수 있을 분이기도 한 것 같다, 0점!"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0점!"이라고 힘줘 반복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대표 측은 '기자에게 들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기자에게 들었다고 한다면 그동안 "평가위원회가 공관위원장에게 전달한 하위 명단은 위원장만이 가지고 있으며, 통보도 위원장이 직접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던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이를 기자에게 누설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누설 책임'을 뒤집어쓸 수 없었던 듯 임혁백 위원장은 전날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 (하위 평가) 내용에 대해 어디에서 유출이 됐든지, 혹은 누군가가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를 한 것 같다"고 공을 넘겼다.


설명이 잘 되지 않자 애초부터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평가 내용은 당대표에게는 전달이 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 대표는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당내 의원이 특정 항목에서 '0점'을 받은 것을 미리 알고 있다가, 기자들 앞에서 이를 강조하면서 웃은 것이 된다.


김성환 의원은 "밀봉된 것(평가 자료)은 공관위원장과 당대표한테만 전달이 된다. 당대표는 그것을 봤을 수 있다"며 "적어도 당의 대표인데 그 자료는 한 번 봐야되는 것 아니겠느냐. 공관위원장과 당대표는 아마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훈 "'0점도 있다' 낄낄대며 동료 폄하"
조응천 "거기서 웃다니…섬뜩하더라"
한동훈 "이번 총선 국면서 최악의 장면"
조정훈 "병적인 공감능력 결핍 보였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설명이 이런 방향으로 흐르자, 이 대표가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여러분도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일 것 같다. 0점!"이라고 말하며 유쾌하게 웃은 대목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발언과 웃음 하나하나가 모여 총선을 앞둔 민주당을 찢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훈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웃음'을 겨냥해 "'0점을 받은 의원도 있다'고 낄낄대며 동료 의원들을 폄하하고 이를 즐기고 있다"며 "자신을 비판했던 의원들을 모두 하위 20% 안에 포함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날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이례적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정성평가에 대해 말하면서 이 대표가 '거기서 빵점 받은 분도 계시다던데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하면서 웃었다"며 "섬뜩하더라. 어떻게 거기서 웃을 수가 있느냐"고 개탄했다.


맥락상 납득이 쉽지 않은 이 대표의 '웃음'은 여권에서조차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의 웃음소리가 높아지고 민주당의 분열이 가속화될수록 국민의힘은 오히려 좋아지는 상황인데도, 이 대표의 '웃음'에 대해서는 "이번 총선 국면에서 최악의 장면"이라는 여권발 평가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나는 좀 화가 나더라"며 "자기가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느냐. 이번 총선 국면에서 최악의 장면이고, 국민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듯"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조정훈 의원도 "잘못해서 회사를 떠나가는 직원이 있어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게 인간 사는 세상의 도리인데 거기서 웃었다더라. 병적인 공감능력 결핍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명단에 걸린 분들은 '억울하다'고 하는데 '어쩔?' 이런 것 아니냐. 어떻게 그 자리에서 웃을 수가 있느냐"라고 질타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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