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사·작곡가 및 음악출판사 협회 싸셈(SCACEM)과 독일 음악저작권협회(GEMA)가 음악업계 종사자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생성형 AI로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95%는 정치권이 생성형 AI 학습 과정에서 침해되는 지식재산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개발업체에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31%는 ‘음악 창작과 관련된 영역’에서 이미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 결과는 생산형 AI에 대한 가요계의 엇갈리는 입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기술이 음악을 지배하는 시대’라는 부정적 입장과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긍정적 입장이 부딪히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이롭게도 하지만, 동시에 큰 피해를 줄 위험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작곡가 A씨는 “생성형 AI가 창작자들의 작업 시간을 줄여주고, 단순 반복 업무를 단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법적인 테두리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활용은 많은 문제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생성형 AI가 만든 창작물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와 범죄에 악용되는 등의 부작용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그 근거”라고 꼬집었다.
또 “작곡, 작사가들의 생계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앞서 미국작가조합이 콘텐츠 제작에 AI가 도입되면 일자리를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라며 파업했던 것처럼, 인간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AI는 인간의 생활이 편리하도록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할 뿐 절대 인간의 대체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현재 유튜브를 운영하는 B씨는 “유튜브에서 저작권 문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음악의 활용 범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생성형 AI를 통해 누구나 쉽게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강점”이라며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전문 작곡가의 곡이든, AI의 곡이든 음악적 결과물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쉽고 저렴하게 곡을 이용하는 방안이 마련됐다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다만 상반된 입장인 두 그룹 모두 인간과 기술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김경화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콘텐츠 이용자의 혼선을 방지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콘텐츠 제작자의 신뢰성·책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식별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또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속도 및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최소한의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해서 관련 방안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A씨 역시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미 시작됐고, 이제는 함께 만족하는 방안을 생각할 때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은 빠르고 쉽게 곡을 만들지만, 기존의 음악적 법칙을 학습해 만들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이에 작곡가의 후처리 과정을 거쳐 더 높은 결과물을 만들고 저작권 등 이슈를 법적으로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 둔다면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