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세안서 수출 성장세…중간재 질적 고도화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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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우리나라의 전략적 수출 지역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해당 시장에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중간재 질적 고도화와 소비재 수출 증대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 아세안5 지역이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아졌다.

개별국가 중 베트남은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8.5%를 차지해 중국(19.7%)과 미국(18.3%)에 이어 3위 수출국이 됐다.

아세안5 국가들의 수출 특징을 보면 중간재 비중은 높고, 소비재는 낮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서 주로 한‧중·일 등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으로 최종재를 수출하거나, 중국 등 인접 국가로 다시 중간재를 수출하는 생산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아세안 수출 역시 현지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중간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소비재 비중은 아직 매우 낮은 상황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아세안5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이다. 석유제품‧화공품 등 여타 중간재 비중도 6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대중국 수출 구조와

유사하다. 반면 식품, 의복 등 최종재는 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아세안5는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산업 생산에 크게 좌우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아세안5 수출은 미국과 중국이 자국 내 소비와 생산을 목적으로 아세안5로부터 수입하는 수요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소비의 영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아세안5 국가들의 수출 구조를 보면 대미 수출에서는 식료품, 의복 등 소비재 비중이 높다. 반면 대중 수출은 석유화학, 금속·비금속 등 중간재 비중이 크다.

따라서 아세안5로 수출된 우리나라 중간재는 역내에서 가공을 거친 후 주로 미국의 최종 소비 용도로 수출되거나, 중국 내 생산에 사용되는 중간재의 용도로 수출된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의 소비지출 또는 중국의 산업 생산과 우리나라의 아세안5 수출은 이 지역 내 생산을 통해 연결돼 상관관계가 높고, 미국 소비와의 연계성이 과거보다 크게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대아세안5 수출은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경제 성장세, 주요 신흥국으로의 투자 확대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아세안5의 경기 회복에 따른 직접경로뿐 아니라 미국의 양호한 경기 흐름과 유럽의 소비 회복에 따른 간접경로도 우리나라의 아세안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별 수출비중 추이, 국가별 무역수지, 주요국의 對아세안5 FDI 그래프.ⓒ한국은행

다만 구조적 측면에서 아세안5의 글로벌 생산거점 기능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어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중간재뿐 아니라 전기차‧배터리 등 소비재 부문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배터리(전기차) 공장 착공 등을 통해 현지생산과 역내 판매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공장 준공(OPPO·인도네시아), 차량용 반도체 공장 건설(SONY·태국) 등 아세안 지역의 풍부한 소비시장을 겨냥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중국시장을 생산기지로 삼아 중간재 중심의 대중국 수출 구조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온 반면, 내수시장 안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2010년대부터 중국이자급률을 높이고 내수중심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우리의 대중 수출은 구조적 제약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경험으로 보면 앞으로 대아세안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지로서의 활용 측면에서 우리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며 "아세안의 인구와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