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멸친의 길 간다"…이명수 불출마
한동훈 사의 "용기와 헌신 기억할 것"
'우회압박'과 '인내' 통한 불출마 유도
일각 '내홍 없지만 쇄신도 없다' 비판
4선의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충남 아산갑)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국민의힘 현역 중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9명으로 늘어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잡음 없는 안정적 공천'이라는 평가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다"며 "국민의힘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생각하며 대의멸친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쉽지만 저부터 사심을 버리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개혁·혁신의 대상이 되도록 하겠다"며 "환골탈태·분골쇄신이 더 이상 관념적인 용어로 전락하지 않도록 미흡하지만 저의 모든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사실상 '컷오프 대상자'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권역(대전·충청)에서 1명의 현역을 컷오프 하겠다고 밝혔는데, 해당 권역 현역 중 이 의원만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의원도 컷오프 대상인지에 대해 "(당에서) 확인은 없었다"면서도 "언론에 보도가 됐고 사실상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나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춘식 의원(경기 포천가평)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명이 컷오프 되는 1권역(서울·경기 등)에서 공천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현역은 최 의원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2명뿐이었다. 유 정책위의장이 주요 당직을 맡고 있고 지역구에 선거구 획정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최 의원이 유력한 컷오프 대상자로 여겨졌다. 결국 최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특유의 방식이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적인 컷오프로 망신을 주고 반발을 사는 대신 우회 압박과 인내로 '자진 불출마'를 유도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불출마를 선언한 뒤 예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도 한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4선 중진인 이명수 의원은 충남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해 온 분"이라며 "이명수 의원의 용기와 헌신에 저를 비롯한 국민의힘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데 성공하면서, 반발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일부 다선·중진 의원에 대해서는 험지 출마를 권유하는 한편, 공천룰에 따라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에게 경선 기회를 부여했다. 경선 결과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생환하면서 '대규모 현역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던 당초 정치권의 예상은 빗나갔고, 현재까지 내홍도 거의 없는 상태다.
물론 일각에서는 쇄신과 감동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갈이 비율이 낮다 보니 참신한 새 인물이 보이지 않고 현역들의 기득권만 강화됐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공정한 공천이 목표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 오고 있다"며 "어떤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특정 집단을 쳐내는 식의 피를 보는 공천을 이재명 대표가 하고 있는데 그게 정상적 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감동적 공천이라는 것은 조용하고 승복하는 공천"이라며 "공천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공천을 결정할 권한이 나한테 있고, 그 책임도 결국 내가 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