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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의 회군, ‘엄중 낙연’ 닮은 ‘쫄보’ 행보


입력 2024.03.08 04:04 수정 2024.03.08 10:30        데스크 (desk@dailian.co.kr)

총선 참패 후 이재명 실각 예상해 차기 도모?

망나니 사천에 한마디 말도 못 한 기회주의

“이 대표는 저질 리더” 맹공 홍영표와 비교돼

이낙연, 이준석-임종석에 배신 연타 “2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임종석의 ‘전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공천에서 첫 오프됐을 때 재고를 요청한다는 둥 순한 양처럼 굴 때 벌써 이상했다. 그 요청이 일언지하에 거절당해 사람들 이목이 쏠린 일주일 후 거취 표명에서 의외의 ‘백기’를 들었다.


그의 재고 요청은 거의 애걸이었고 읍소였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의결을 재고해달라. 총선 승리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달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을 지지했던 마음들을 모두 모아달라.”

임을 향한 ‘일편단심’을 이토록 구구절절 읊어댈 때 진작 알아봤어야 했다. 특히 이낙연이 그렇다.


그는 ‘전두환 독재 타도’를 외치던 35년 전의 결기와 기백을 이재명 맹비난과 탈당, 호남 출마 선언으로 보여 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임종석은 결단의 순간에 이낙연 자신과 매우 흡사한 면을 보이고 말았다.


좌고우면하다 꼬리를 내려 버리는 것…. 두 사람은 공통점이 적지 않은데, 관운이 좋다는 게 으뜸이다. 임종석이 전대협 3기 의장이 된 건 운동권 수뇌부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은 1960~70년대 유신 때와 달랐다. 즉, ‘데모 자율화’ 시대였다.


운동권 배후 핵심들이 ‘대중화’(요즘 말로 외연 확장)를 위해 서울-연세-고려 대신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일부러 찍은 것이다. 임종석도 그래서 밀입북 결행 대학생으로 한국외대 재학 임수경을 골랐다. 당시 학생 운동권에서 공공연히 얘기됐던 사실이다.


임종석은 이 전대협 의장 훈장을 달고 33세에 국회에 들어왔다. 김대중-이해찬의 스카우트에 의해서였다. 이낙연도 김대중 키즈다. 정치부 기자를 하다 국회의원이 된 뒤 승승장구, 총리까지 지내면서 별 어려움 없이 컸다.


온실에서 자란 ‘엄중 낙연’이 역시 온실에서 거물로 성장한 임종석에게 전날 밤까지 탈당 약속을 하다 다음 날 ‘페이스북 회군’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신당 세 확장 과정에서 이준석에게 쿠데타를 당한 데 이은 연타에 2패를 기록했다.


“당의 결정을 수용합니다.”

임종석이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건 이재명 욕을 하며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독재 투쟁의 선봉에 섰다는 그의 정의감과 용기에 의문 부호가 달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재명의 공천이 민주당을 자신의 사법적, 정치적 이득을 위한 사당으로 만들기 위한, 정당사에 전례가 없는 사천을 자행하고 있는데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재고’를 향한 미련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기회주의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임종석 직전 전대협 의장 출신 이인영(고려대)도 이하 동문이다. 구로에 공천을 받은 상황이니 더더욱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운동권들의 위선, 이중 기준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일찍이 탈당한 이상민이 이들을 ‘공범자’로 부른 말은 필자가 지난 칼럼(3월 1일자, 이상민의 탁견, “민주당 저 지경은 기득권 공범자들 탓”)에서 소개했었다. 임종석은 공범자가 되려다 못 되었을 뿐이다.


“민주당 내부에 있는 구성원들이 지금 아우성치고 있는 건 사실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기득권에서 뛰쳐나오기가 싫었던 것이다. 수수방관하며 자기만은 살아날 수 있다고 기대한 공범자들 때문에 민주당이 그 지경이 된 것이다.”

임종석은 또 호남 출마도 겁을 냈다. 전남 장흥 출신이나 어렸을 때 안양-서울로 이사 왔다. 높은 지명도로 출신 대학 지역에서는 쉽게 당선됐지만, 광주나 장흥-고흥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이래서 겁쟁이란 말을 듣는다. 그가 돌연 말 머리를 집(당)으로 돌리자 이재명의 입이 가장 크게 벌어졌다.


“어려운 결단이었을 텐데 당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준 데 대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공천을 해드리지 못했으나 정권 심판 과제를 해결하는 데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임종석의 ‘쫄보’ 회군은 이재명의 사당이 된 민주당을 ‘가짜 민주당’이라고 하며 뛰쳐나온 친문계 좌장 홍영표와 비교됐다. 학생운동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전 전대협 의장보다 만기 전역 육군 병장 출신이 훨씬 더 낫다.


“당내 어떠한 반대 세력도 싹을 남기지 않겠다는 독한 리더십을 보면서 이 대표는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을 이끌 자질이 전혀 없는, 저질 리더라는 생각이 든다.”

임종석이 당내에서 차기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당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그런 ‘포석’을 슬쩍 꼬집었다.


“민주당에 계신 분들은 바둑을 두듯 포석을 두는 것 같다. 왜 이렇게 계산이 많은지….”

그러나 임종석이 8월 전당대회에서 표를 많이 얻는 건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총선에 참패하더라도 친명들 세상이 되어 있을 것이고, 해야 할 때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비겁한 기회주의자에게 친문-비명계가 전폭적인 지지를 절대로 보낼 리 없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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