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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고발' 당한 이재명…선거전 본격화에 '입'이 리스크


입력 2024.03.08 05:30 수정 2024.03.08 05:3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권향엽 사천 논란' 여야 간 '고발전' 되고

'양평고속도로' 원희룡 때리다 법적대응

與 "멀어진 국민 마음 돌리려니

발언 강도 세지고 비판 대상 늘어가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 앞에서 열린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선거전을 본격화하고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삼면 공세에 직면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뿐 아니라 원희룡·정우택 등 중량감 있는 총선 후보들이 발언의 강도와 사실관계의 오류를 지적하며 이재명 대표를 잇달아 고소·고발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최근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파동이 당 전반을 뒤덮음에 따라, 국면전환용 대여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내홍에 집중된 시선을 당 밖으로 돌리고 지지층 규합을 하겠단 전략이나, 국민의힘 공천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반격을 당하는 등 이 대표 발(發) '입 리스크'가 이어지는 중이다.


우선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실 부실장을 지낸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 '사천(私薦)' 논란은 여야 간 고발전으로 번졌다. 민주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고발하고, 이에 국민의힘도 즉각 이재명 대표 등을 무고죄로 맞고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텃밭인 해당 지역구를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한 뒤 권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을 사천'이라고 한 내용의 기사와 한 위원장이 "김혜경 비서를 공천했다" "사천의 끝판왕"이라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김혜경 여사의 몇몇 행사에 동행했다고 권향엽 후보자가 비서냐, 그런 식이면 대통령 일정에 동행한 한동훈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서냐"라고 했다. 이어 "권향엽 후보자는 대선 당시 선대위에서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임명돼 배우자 관련 업무를 수행했을 뿐 여당이 주장하듯 누구의 사람이 아닌, 당의 명을 받고 직을 수행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한 위원장 고발을 '적반하장 고발'이라고 보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권 전 비서관은 사천 논란을 모면하기 위해 직접 '나는 배우자(김혜경 씨)를 수행하러 다니거나 그러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해명이 무색하게도 그 후 권 전 비서관이 지난 대선에서 김혜경 씨를 수행하면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사실이 알려졌고 관련 사진도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고발장 서류 봉투 사진 함께 올리며
"장관 취임 전 일, 내가 '확 바꾸었다' 해"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국민의힘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에게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원 후보가 장관 재임 시절 '양평고속도로 노선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 소유 토지 근처로 변경했다'는 취지로 말한 이 대표의 주장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양평고속도로를 갑자기 대통령 처가 땅 근처로 확 바꿔버린 원희룡 국토부 장관, 무관한 척하지만 지금까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발언했다. 이어 "지금 인천에서는 그런 걱정을 한다. 'GTX 노선도 휘는 것 아닐까' 여러분은 걱정되지 않으시냐"며 "국가권력을 이런 식으로 사적으로 남용한 의혹이 있는 이런 후보들을 또 단수로 (국민의힘이) 과감하게 추천을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고발장이 담긴 서류 봉투를 올리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서초동에 한 번 가나 두 번 가나 상관은 없겠지만, 국토부 장관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을 내가 '확 바꾸었다' 한 것을 나중에 '기억 안 난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라고 적었다.


이어 "'김문기를 모른다'던 거짓말이 생각나서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업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모르는 사이라고 했던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원 후보는 이날 경기 양평으로 향한 이 대표의 행보를 정조준해서도 "양평고속도로가 사골이냐"며 "재탕 삼탕도 모자라 이제는 허위사실까지 넣어서 우리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양평군 강상면 일대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을 재차 부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정권 심판론'을 부각할수록 리스크가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멀어진 국민의 마음을 돌리려니 발언의 강도는 세지고 비판의 대상은 점점 늘어가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최근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지금 윤석열 정권의 비판 최전선에 서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공천 논란이 많았고 상당한 수세 국면이었다. 본인에게도 불출마 압박, 당대표직 사퇴 이야기도 있었다. 총선 공천이 끝나고부터 이 국면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국면을 바꿀 때 가장 좋은 것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윤 정부를 향해서, 또는 국민이힘 지도부를 향해서 공세를 펴면서 여론을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것이 크다"면서 "이 대표의 유세 스타일은 좌고우면 하지 않는 직진형이다. 가능하면 센 단어를 동원해 비판 수준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여주·양평을 시작으로 이른바 '윤석열 정권 심판 벨트'라 불리는 지역구들의 방문 계획을 잡아놨다. 향후 충남 천안갑을 찾아 해병대 채상병 사망 의혹을 부각하고, 충남 홍성·예산에선 '윤핵관 심판'을, 대전 유성을에선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집중 비판할 예정이다.


'경선' 정우택엔 '단수 추천' 비판했다가
페이스북에 두 차례 걸쳐 "사과드린다"


화살은 충북 청주상당 국민의힘 후보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으로부터도 날아들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정 부의장의 공천 사례를 잘못 언급했다가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정 부의장 측은 이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정 부의장은 국민과 당원에 의한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22대 총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후보, 단수추천을 받으셨던데 CCTV영상에 돈봉투를 주고받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지 않았느냐"며 "민주당의 시스템에 따르면 심사 대상조차도 되지 못할 돈봉투 후보를 뻔뻔하게 단수추천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우택 후보께서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것을 모르고 단수로 공천받으신 것으로 잘못 알았다"며 "정 후보께서 단수로 추천되었다고 한 나의 발언은 착오에 기인한 실수이므로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어서 올린 또 다른 게시글에서도 "국민의힘에도 사과드린다"며 "향후 발언에 있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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