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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하차·명예퇴직…KBS, ‘칼바람’ 보다 더 우려되는 것 [D:이슈]


입력 2024.03.09 14:00 수정 2024.03.09 16:3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줄폐지에 이어, 메인 MC의 하차와 간판 언론인들의 명예퇴직까지. KBS에 연일 ‘칼바람’이 불고 있다. 각 방송사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 사실이지만, KBS의 칼바람엔 ‘설득력 있는 과정’이 빠져있어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KBS 박민 사장이 취임 첫날 교양 프로그램 시청률 1위였던 ‘더 라이브’를 갑작스럽게 편성에서 삭제하며 의문 부호를 남겼다. ‘더 라이브’ 제작진 측은 “프로야구 중계를 위해 단 하루 결방이 이뤄져도 전화 4~5통은 기본”이라며 “누구보다 엄격하게 편성 규약을 준수해야 할 편성 책임자가 태연하게 규정 위반을 ‘고백’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라고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하기까지 했었다. 당시 ‘9시 뉴스’ 등 주요 뉴스의 앵커가 시청자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앞서 KBS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이 오는 4월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제작 중이던 다큐멘터리 제작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무산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제작본부장은 부임한 지 일주일 뒤 이 소식을 알게 됐고 토요일 밤 간부들을 소집해 급하게 제작 일정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며 “4월 16일은 세월호 10주기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방송사가 이를 다룰 것이나 KBS 제작본부는 이 시기에 방송을 내보낼 수 없게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시즌 종영 또는 MC 하차 과정에서도 찜찜함을 남겼다. 지난 11일 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출연진이 직접 종영 소식을 전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KBS 관계자는 “오는 5월 새 시즌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지만, 사전 공지 없이,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시즌 종료’를 알린 ‘역사저널 그날’의 시즌 종영이 ‘지나치게’ 갑작스러웠다는 지적이 이어졌었다. 최근에는 KBS1 교양프로그램 ‘전국 노래자랑’의 MC 김신영이 하차를 하는 과정에서도 소속사 측은 “제작진이 MC 교체 통보를 받고 당황하여 연락이 왔고, 지난주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라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칼바람의 방향이 프로그램, 출연진이 아닌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향했다. KBS는 계속되는 적자와 수신료 분리 징수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명예퇴직과 1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고, 총 87명이 특별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 특히 정세진 아나운서를 비롯해 김윤지, 정은승 아나운서 등 KBS 간판 아나운서들도 이 명단에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전 ‘사사건건’ 앵커 김원장 기자 등 굵직한 언론인도 KBS를 떠났다.


물론 이는 KBS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인력 감축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감행한 방송사가 없지 않았으며, 최근에만 해도 JTBC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구성원 80여명을 내보냈다. 임정아 예능제작본부장이 예능 라인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다시 JTBC에 생긴 이 비극을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싶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예능 강국이라는 말을 다시 되찾는 것”이라고 남다른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다만 혼란스러운 상황 속, 무력감을 느끼는 구성원들도 없지 않다. KBS PD는 “‘홍김동전’의 폐지나, 최근 ‘전국 노래자랑’의 MC 교체 건은 사실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절차는 아니라고 여긴다. 물론 서운한 사람 없이 잘 마무리가 되면 좋겠지만, 방송사에선 벌어지는 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사, 교양 분야에서 벌어진 일부 사례는 앞선 상황과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내부 구성원이 절차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다고 한 것이 아닌가. 이러한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구성원이 없을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주요 인력들이 더 이탈을 하게 된다면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아닌지가 우려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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