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중형 로펌 가고…여운국 전 공수처 차장은 대형 로펌으로
법조계 "공직자 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 넓혀서라도…전관 로펌 직행 막아야"
"시니어 법관 제도 도입해 인력 부족한 지방 재판부로 발령 하는 것도 대안"
"공수처, 다른 법조 기관장과 달리 취업심사 안 받아…포괄적 규정 마련돼야"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만간 로펌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8일 퇴임한 여운국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장도 직전에 몸담았던 법무법인 동인으로 복귀했다. 법조계에선 고위공직자 출신 법조인의 로펌 직행은 '전관예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며 과거부터 이같은 논란이 있어 왔던 만큼 지금이라도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퇴임 후 로스쿨 교수직을 선택한 이용훈 전 대법원장처럼 자발적으로 로펌행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을 넓혀서라도 고위공직자 출신 법조인들의 로펌 직행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측은 "양 전 대법원장이 오시기로 한 것은 맞고 현재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차장은 지난달 28일 공수처 차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등록을 거쳐 최근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해 동인으로 복귀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권력·명예 다 누리고 돈까지 벌겠다는 것이냐" "애당초 판·검사들은 퇴임 후 일정 기간은 변호사를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양 전 대법원장과 여 전 차장의 로펌 합류는 사법에 대한 불신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만하다. 다만, 현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기에 법령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변호사법상 변호사 개업을 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을 거부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퇴임한 전관들의 변호사 등록은 대부분 허가가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전관들의 로펌행에 대한 네티즌 비판과 관계없이 로펌에서 고위 공직자 출신 법조인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다. 의뢰인들이 원하는 경우도 많고, 로펌 입장에서도 전관이 오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채다은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고위 공직자 출신 법조인들이 퇴임 후 로펌행을 택할 때마다 '전관예우가 우려된다'는 말이 나오지만, 개선된 적은 전혀 없었다. 퇴임 후 몇 년 동안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처럼 교편을 잡고 후학을 양성하는 등의 행보를 한 뒤에 로펌행을 택했다면 이같은 논란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법관 등에 준하는 고위 공직자의 경우에 한해서라도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을 넓혀 로펌 직행을 막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판·검사 전관들의 로펌행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시니어 법관 제도를 도입해 인력이 부족한 지방 재판부로 발령을 보내거나 고급 인력을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인사를 배치하는 것도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며 "특히 공수처는 다른 법조 기관장들과 달리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있는데, 5급 이상의 공무원은 취업 심사를 받도록 하는 포괄적인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인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청직)는 "변호사 자격 갱신제가 고위 공직자 출신 법조인들의 로펌 직행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직에 10년 이상 종사한 법조인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지 않는다면 공직에 더 충실히 근무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사명감 있기 근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신 변호사는 "이들은 전관예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공공연한 비밀일 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공직에서 고생하고, 퇴임 후 변호사 업무를 하며 보상을 받는 것이 관행인 지금의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대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