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복귀한 류현진 활약상에 새 시즌 앞두고 흥행 기대감
이정후·고우석 등 스타급 선수들 유출로 인기 하락 가능성도 존재
올해부터 유료 시청 시대 활짝, 류현진 효과에만 기댔다가 인기 하락도 한순간
출범 43년째를 맞이하는 KBO리그가 새 시즌을 앞두고 흥행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최근 한국 야구는 국제 대회서 저조한 성적으로 인기 하락과 관중 감소에 대한 우려를 안고 시즌을 맞이했지만 올 시즌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중심에는 12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이글스)이 있다.
팬들은 2013년 미국 진출 이전 KBO리그를 평정했고, 메이저리그서 11시즌 동안 186경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8의 굵직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류현진을 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미 한화이글스의 시범경기 티켓은 암표까지 거래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다. 여기에 전 메이저리거 추신수(SSG)와의 투타 맞대결, 김광현(SSG)과의 사상 첫 맞대결 등 비단 한화 팬이 아닌 타 구단 팬들도 눈길과 관심이 가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에 벌써부터 KBO리그 역사상 최다 관중을 넘어 첫 900만명 돌파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는 약 810만여 명의 관중을 동원해 2018년 후 처음으로 800만 관중 시대를 회복했다. 국제대회 부진이 관중 감소와 인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류현진의 후광에 가려져서 그렇지 악재도 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올 시즌부터는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빈다. 여기에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꼽힌 고우석(샌디에이고) 역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메이저리그서 수준급 내야수로 안착한 김하성(샌디에이고)도 있다.
KBO리그 정상급 타자와 마무리투수의 유출은 리그 수준이나 인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메이저리그 선구자 박찬호를 시작으로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망주들이 대거 미국으로 향하자 팬들의 이목이 메이저리그에 쏠렸고, 이는 KBO리그의 인기하락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있다.
국제대회 성적 부진보다 우려되는 것은 스타급 선수들의 지속적인 유출이다. 갈수록 팬들의 눈은 높아지는데 경기력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관심은 다시 수준급 메이저리그로 쏠릴 수 있다.
KBO리그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LA다저스의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시리즈가 벌써부터 흥행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팬들이 키움 히어로즈의 홈경기 입장권이 비싸다고 불평하면서 그보다 훨씬 비싼 서울시리즈 입장권을 15분 만에 매진시킨 것은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콘텐츠가 훨씬 더 값어치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환경도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었던 프로야구는 이제 유료 시청 시대가 활짝 열렸다.
KBO는 최근 CJ ENM과 2024~2026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하고, 2024년부터 3년 간 국내 대표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을 통해 유무선 중계방송을 실시한다.
CJ ENM은 이번 계약을 통해 2024~2026 KBO 리그 전 경기의 국내 유무선 중계방송 권리와 함께 중계방송권을 재판매 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게 된다.
이로써 팬들은 이제 프로야구를 시청하려면 월 5500원의 요금을 내야하는데 이는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미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KBO리그는 올 시즌 변화의 기로에 섰다. ‘류현진 효과’만 바라보고 경기력이나 서비스 등에서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인기 추락은 한 순간이다.
또한 올 시즌 뒤 열리는 2024 WBSC 프리미어 12에서 또 다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현재는 900만 관중 돌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몰라도 원래 태풍이 불어 닥치기 전이 가장 고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