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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을 도화지 삼아…하늘에 피운 아이유의 ‘홀씨’[D:현장]


입력 2024.03.10 21:47 수정 2024.03.10 21:4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무대와 객석은 도화지가 되고, 그 위에 아이유의 다양한 색깔이 물든다. 객석에 앉은 팬덤 유애나의 목소리, 그들이 흔드는 응원봉의 불빛도 아이유와 함께 도화지를 채워 나가는 중요한 도구다.


ⓒEDAM엔터테인먼트

아이유는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 옛 체조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난 2~3일과 9일에 이은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자, 아시아와 북미 지역을 도는 월드투어의 출발이다.


‘홀씨’는 이번 콘서트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하늘을 배경으로 한 대형 LED 스크린 사이에서 내려온 아이유는, 그 자체로 홀씨가 되어 체조경기장에 내려앉았다. 최면에 걸린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룬 1부의 주제 ‘힙노틱’(Hypnotic)에 매우 잘 어우러진 출발이었다.


콘서트의 제목 ‘허’(H.E.R)은 3부로 나뉘어져 있는 공연의 각 주제의 첫 스펠링은 딴 네이밍이다. 1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힙노틱’, 2부는 에너지 넘치는 ‘에너제틱’(Energetic) 마지막 3부는 ‘로맨틱’(Romantic)이다. ‘삐삐’ ‘셀러브리티’(Celevrity) ‘코인’(Coin) ‘에잇’ ‘너랑 나’ ‘관객이 될게’ ‘너의 의미’ ‘밤편지’ 등 수많은 히트곡부터 최근 발매한 ‘더 위닝’(The Winning)의 전곡을 각 섹션에 맞게 배치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시각적으로도 쉴 새 없는 예술이 펼쳐졌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2019년 진행된 콘서트 ‘러브 포엠’ 당시 선보였던 중앙 원형 무대를 다시 가져왔다. 원형 무대는 타 콘서트와는 아티스트의 뒷배경이 되는 스크린을 설치할 수 없는데, 아이유는 무대의 바닥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면서 아이유의 걸음마다 새로운 색으로 무대를 물들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객에게 보여줬다.


ⓒEDAM엔터테인먼트

각각의 리프트가 설치된 여러 개의 큐브는 하나의 큰 무대가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언덕이 되기도, 험한 길이 되기도 한다. 가장 압권이었던 건 ‘셀러브리티’에서 한 아이가 굴곡진 언덕을 오르고, 이후 그 아이와 아이유를 잇는 일종의 불빛 다리가 만들어지는 장면이다. 길을 잃은 아이(‘미아’)가 한국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되기까지 보내온 아이유의 시간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 보이기도 하고, 그 길잃은 아이의 손을 아이유가 잡아 이끌어주는 듯 따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20여곡을 부르며 큰 도화지를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 아이유의 도화지를 완성시켜준 건 완객들이다. 회당 1만5000명의 관객은 아이유와 함께 노래하고 무대를 비추는 가지각색의 조명과 함께 응원봉의 불빛으로 소통했다. 아이유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팬들이 그의 16년 음악 인생을 함께 완성한 셈이다.


앞서 ‘홀씨’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 이유는 콘서트의 말미에서 증명된다. 앙코르 무대에서 아이유는 오프닝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홀씨’를 선보인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든 아이유는 한 곳에서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보다는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흩날릴 수 있는 ‘홀씨’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이유의 음악 인생을 압축한 이날의 무대의 끝에서 홀씨는 바람을 타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요코하마, 타이베이, 북미 6개 도시(뉴어크, 애틀랜타, 워싱턴 D.C, 로즈몬드,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자카르타 등 총 18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투어는 아이유의 새로운 도전을 표현하는 듯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아이유는 “30대에도 끝임없이 도전한다”며 “일흔 한 살까지 체조경기장을 꽉 채우는 가수이고 싶다”고 말했다. 월드투어를 마친 이후엔 국내 여성 가수 중 처음으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로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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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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