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의석 퍼주고 생떼 듣기?…'불안한 동거' 더불어민주연합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3.13 00:00 수정 2024.03.13 06:5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민주당, 의석 퍼주려다가 종북·반미

논란에 휩쓸린 것도 황당한 일인데…

시민사회 "부화뇌동 말라" 비난까지

정작 민주당 TK·당직자는 찬밥신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지난 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이 길을 잃고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안으로는 민주당 득표에 얹혀가는 존재인 진보당 계열과 시민사회 등이 '생떼' 수준의 행태를 벌이고, 밖으로는 치솟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에 당선가능 의석이 빠르게 줄어들며 자칫 진보당·새진보연합에 의석만 퍼주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전지예 전 청년겨레하나 대표는 12일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를 포기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전지예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후보 공개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해, 비례대표 1번이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뒤이어 국민후보 공개 오디션에서 '여성 2위'를 했던 정영이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도 비례대표 포기 의사를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전 전 대표와 정 전 총장의 낙마 배경에는 민주당의 재추천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표는 특정 성향 단체인 '겨레하나'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촉구나 유엔사 해체 주장 등 반미 활동을 펼쳐온 전력이 있다. 옛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과 사실상 행동을 함께 해온 단체 소속이다. 정 전 총장도 사드 기지 반대 운동 등 반미 활동을 해왔으며, 진보당 입당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 전 대표와 정 전 총장의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입성을 놓고, 진보당이 시민사회 몫을 잠식해 '우회상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일각의 불만이 폭발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을 이루는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의 합의에 따르면, 비례대표 순번 20번까지는 시민사회·진보당·새진보연합·민주당이 번갈아가면서 후보를 배정받기로 하고, 사실상 당선권 밖인 21번부터 30번까지는 민주당이 독자 추천을 하게 돼있다. 결국 당선권인 20번까지의 20석에서 민주당의 몫이 절반인 10석, 시민사회·진보당·새진보연합의 몫이 각각 4석·3석·3석이 된다.


이처럼 진보당의 몫을 따로 떼주었는데도 시민사회 몫을 정하는 국민후보 공개 오디션에 사실상의 진보당 계열 인사들이 나서서 의석을 잠식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에 지난 10일 밤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지예·정영이 두 사람은 진보당 후보로 나왔어야 했는데 눈속임을 했다"며 "재추천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직후 민주당은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후보의 재추천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지예 전 대표와 정영이 전 총장이 비례대표 진출을 단념하는 사태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이날 전 전 대표와 정 전 총장의 낙마로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추천을 둘러싼 뇌관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국민후보 공개 오디션 여성 후보 6명 중 4명이 진보당 계열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진보당에 3석을 배려해줬는데 '우회 상장'으로 시민사회 몫의 의석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조국혁신당의 상승세로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안정권 의석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애초의 당선안정권은 20번으로 전망됐다. 이에 절반인 10석을 민주당 몫으로 챙기고, 나머지 10석은 진보당·새진보연합·시민사회에 후하게 나눠줬던 것이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의 급상승세가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정당투표 지지율을 잠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선가능권 의석이 좁혀지면 그 안에서 다시 진보당·새진보연합·시민사회와 몫을 나누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순수한' 민주당 몫 비례대표 의석은 더욱 줄어든다. 당내 일각에서는 "진보당·새진보연합에 의석 수 퍼주고 남 좋은 일만 해주다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들에게 의석을 '퍼주는' 입장인데도 재추천 요구를 했다가 '생떼'까지 듣고 있다.


전 전 대표와 정 전 총장을 후보로 선정했던 시민사회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는 민주당을 향해 "이런 사태를 초래한 부화뇌동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스스로 세운 국민후보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비난을 가했다.


중도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의석을 '퍼주려'다가 종북·반미 논란에 휩쓸린 것만 해도 억울한데 시민사회로부터 비난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허울 좋은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을 꾸리다가 그간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배려해온 대구·경북 권역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당선안정권에 배려하지 못함에 따른 곤혹스러움은 덤이다.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했던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은 이번에 더불어민주연합에 가세하면서 22대 국회에서도 또다시 비례대표 의원을 하는 이례적인 '특혜'를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성환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과 관련해 "대구·경북 지역에 남성·여성 후보를 모두 20번 이내에 배치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직자 문제도 마찬가지로 여성·남성 당직자를 모두 다 상위 순번에 배치했어야 하지만 여러 여건상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안정권 내에 10명, 당선권 밖인 21번부터 30번을 받는 10명 등 총 20명을 추천, 발표했다.


당선안정권 내에는 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 오세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 임광현 전 국세청 차장, 강유정 영화평론가, 박홍배 한국노총 금융노조위원장,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 정을호 전 사무처 총무국장,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 김준환 전 국정원 차장 등이 추천됐다.


조원희 경북도당 농어민위원장, 서재헌 대구시당 청년위원장, 곽은미 사무처 국제국장 등은 당선권 밖으로 간주되는 21번 뒤로 밀리게 됐다. 그간 험지인 대구·경북이나 사무처에서 묵묵히 당을 위해 헌신해온 인물들이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탓에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게 된 점도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국 기상대'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