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1·2위 미래·한투도 ‘부정적’ 하향
부동산 업종 수요예측 참패...자금조달 우려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고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경고음이 켜지면서 4월 이후 위기설의 불씨가 되살아 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업종이 시장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건설 기업들의 자금줄도 말라가면서 후폭풍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부실로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 속 시장 안팎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4월 위기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고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공적 보증 확대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설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일축과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 자금난이 부도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는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국내 자기자본 1·2위 증권사 두 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려잡는 등 부동산 시장 불황의 여파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S&P글로벌은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두 회사의 장·단기 신용등급인 ‘BBB’와 ‘A-2’이 한 단계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국내 부동산 PF 사업에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실패 가능성과 유동성 위기,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등이 증권업황의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작년 3분기 기준 해외 대체투자 자본 대비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각각 40.7%, 31.5%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에 건설업계의 자금난도 부각되는 양상이다. 고금리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데다 국내 대표 증권사들의 수익성 부담이 향후 2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S&P 전망마저 나온 탓이다. 결국 건설사들이 금융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한 중견 건설사는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달 말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당초 모집한 700억원이 전량 미매각되면서 주관을 맡은 KB·한국투자·키움·IBK투자·BNK투자·대신증권 등이 나눠서 인수하게 됐다.
회사채 만기도 1년물로 짧았고 공모 희망금리도 최대 8.5%를 제시했으나 부동산 PF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기관들이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로 비우량 회사채들도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던 만큼 이번 미매각 사태는 시장의 긴장감을 키웠다.
국내 부동산 신탁사 자본력 1위인 한국토지신탁도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달 14일 1000억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부동산 PF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신탁사에 전이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적극적 관리에 따라 부동산 PF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4월 총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지연 속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브릿지론은 개발 사업 초기 토지 매입 잔금 등을 위해 대출 받는 금액으로 본PF는 인허가 등이 진행된 이후 착공 시점에 받는 대출금이라는 점에서 전환 지연 및 미 전환시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사비가 오른 것이 분양가에 반영됐지만 시장에서 그만큼 가격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며 “작년은 본PF로 이어지지 못한 브릿지PF를 우려하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판매하지 못한 미분양 아파트를 우려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