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다올證, 주총서 표대결 압승
행동주의 이익 우선에 주주제안 역풍
‘슈퍼 주총 위크’ 앞두고 파급력 확산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영향력이 거셀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주주제안 부결이 쏟아지고 있다. 무리한 주주환원 요구가 경영 불안 우려를 야기해 소액주주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슈퍼 주총 위크’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잇따라 좌초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삼성물산과 다올투자증권 등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연달아 패배한 영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5일 열린 주총에서 5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연대 요구인 ‘배당안’과 ‘자사주 취득 안’ 통과를 저지했다. 배당안 표결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77%가, 자사주 매입안은 82%가 반대했다.
주주제안이 통과하기 위해선 지분율 39.65%의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했으나 결국 외면받은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33.6% 가량 보유하고 있다. KCC(9.2%)와 국민연금(7.2%) 등을 합한 우호지분율은 43% 수준이다. 이에 반해 국내·외국계 5개 행동주의 펀드의 총 지분은 1.5%에 불과하다.
같은 날 다올투자증권도 2대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의 주주제안을 모두 저지하며 표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안은 찬성률은 27%에 불과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총에서 상법과 정관에 정한 사항 외에 안건을 발의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제도로 주주들의 경영 참여 확대와 경영진 견제를 노릴 수 있다.
이날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결됐다면 김 대표가 제안한 ▲차등적 현금 배당의 건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의 건 ▲자회사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의 건 등도 표에 부칠 수 있었다.
다올투자증권 주총 역시 약 60% 지분율을 가진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쥐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셈이다. 실제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측 지분( 25.2%)과 김 대표측 지분(14.3%)와 차는 단 10.9%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행동주의의 예고된 패배란 의견이 나온다. 대의는 주주환원책 확대 요구라고 하나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강해 주총 전부터 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총에 앞서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자사주 취득 건이 취득 규모가 과다하다는 의견을 냈고 배당 정책도 회사 측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다올투자증권 주총 전 권고적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반대 움직임은 계속해 예고돼 있다. 당장 오는 22일 예정된 금호석유화학 주총을 앞두고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출한 주주제안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주총 시즌 돌이 이후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는 주총에서 주주제안 반대가 연달아 나오며 3월 마지막 주 ‘슈퍼 주총 위크’에 파급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통상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이 나오나 관련 회사의 주가가 되레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는 주주제안이 과해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시장 인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