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인류 건강을 위협·새 매개체 감염 촉진
뎅기열·황열 등 열대·아열대 감염병…한반도 위협
해외선 플랫폼·연구소·법률 제정 등 기후위기 대응
질병청, 중장기 계획 수립 등 국민 건강보호 최선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큰 문제, 지구 온난화·강수량 변화·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새로운 매개체 감염을 촉진하고 있다.
고온 스트레스, 대기질 악화, 극한 기상 현상, 매개체 분포 및 생태계 변화, 수질 악화, 식품 문제 등 기후변화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대두된다. 또 기후변화는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는 온열질환·자연재해·식량 및 물 부족, 호흡기 질환·정신 건강 문제가, 간접적으로는 감염병·알레르기 질환·만성 질환 악화 등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취약계층은 더 취약한 상황이다. 노약자는 온열질환, 만성 질환 등에 쉽게 노출돼 있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더욱 크다.
영유아도 호흡기 질환, 감염병 등과 온열질환에 위험하고 만성 질환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질병 악화, 합병증 발생 등의 위험이 커진다. 저소득층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 낮아 건강 문제 발생 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기후변화 건강 위협 사례를 보면 일본의 뎅기열 집단 감염이다. 일본은 뎅기열과 관련해 50년 이상 보고가 없다가 2014년에 도쿄 요요기 공원과 주변 방문자들에서 모기물림으로 인한 뎅기열 감염이 확산했다. 온난화로 인한 뎅기열 모기의 활동범위가 확대된 사례다.
폭염 사례도 있다. 2021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49.6℃ 기록, 500명 이상 열사병이 발생했고 2023년 인도에서는 45℃에 육박하는 더위에 100명 이상 사망한 것이 보고된 바 있다.
한국, 매개체 감염 안전지대 아니다
뎅기열, 황열, 웨스트나일열 지카(Zika virus infection), 치쿤군야(Chikungunya fever) 등 생소한 이름을 가진 매개체 감염병들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해당 매개체 감염병은 주로 열대·아열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감염병이나 그간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해외국과의 교류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토착화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더 이상 안전지대라고 불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올라갈수록 곤충 개체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발육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여름에 모기가 많아지는 이유도 온도가 높아서 발육 기간이 짧아지고 습도가 높아서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질병청이 발표한 곤충매개 감염병 발생현황에 따르면 일본뇌염 감염자는 2020년 7명, 2021년 23명, 2022년 11명, 2023년 16명이었다. 말라리아는 2020년 385명, 2021년 294명, 2022년 420명, 2023년 740명으로 집계됐다.
쯔쯔가무시증은 2020년 4479명, 2021년 5915명, 2022년 6235명, 2023년 5610명이었고 뎅기열은 2020년 41명, 2021년 3명, 2022년 103명, 2023년 205명으로 조사됐다.
곤충을 매개로 한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지만 그중에서 뎅기열 같은 경우 백신·치료제가 없어 모기물림 방지 자체가 중요하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개모기(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이집트숲모기가 흰줄숲모기(보다 훨씬 강한 전염을 옮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집트숲모기는 없고 흰줄숲모기만 있다.
이집트숲모기의 월동을 못 한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에 유입됐다고 해도 겨울철에 전부 죽는다는 소리다.
질병청은 이집트숲모기가 월동할 수 있는 1월 평균 온도 기준이 10도라고 설명했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10도가 넘으면 이집트숲모기가 살 수 있는데 지금 제주도가 딱 기준 바로 아래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도 겨울 기온이 조금만 더 올라가는 순간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우리나라에서 뎅기열은 1년에 200~300명씩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뎅기를 옮길 수 있는 모기(흰줄숲모기)도 존재한다”며 “이 둘이 만나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뎅기열이 확산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외 주요국, 플랫폼·연구소·법률 제정 등 기후위기 대응
미국에서는 2021년 기후변화 건강보호 및 촉진법을 발의했고 미국 보건부는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을 발표했다.
또 기후변화 건강 영향에 가장 취약한 11개 주 지역 보건 부서에 보조금 및 기술을 지원하고 건강영향연구, 건강형평성, 중재연구, 교육 및 역량을 강화하는 등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영국도 2022년 건강관리법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능을 강조하는 신규 조항을 추가하면서 대응 중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건강 및 질병 관련 통계 데이터 산출(감염성 질병, 사망률 감시, 출산 건강, 환경 모니터링 등) 및 적응 보고서 발간하고 기후 및 건강안전센터(CCHS)를 영국 전역에 신설하면서 기후 대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 4차 건강 프로그램(2021-2027) 기반의 건강 이익 단체, 조직 및 유럽 집행위원회 간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광범위한 보건, 사회, 교육 시스템에서의 정책, 활동, 연구 등 연구 성과 수집 및 정보를 공유·전파·제공한다.
이 외에도 독일은 보건부 산하 연방 공공보건기관인 로버트 코흐 연구소(RKI)를 설치했고 호주는 보건의료, 학술 연구, 의료서비스 분야 90개 이상 기관 및 단체인 기후 및 건강 연합(CAHA)을 구성했다.
질병청, 선도적 기후위기 대비·대응
우리나라는 법적 근거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 성장 기본법에서 기후위기 적응 관련 정책을 5년마다 수립해서 시행하고 있다.
또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 시행 계획도 2021~2025년으로 강화된 정책도 수립 중이다.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 강화대책에서 질병청은 폭염·한파 등 이상기온 대비 건강피해 사전예방 강화를 맡고 있다.
이를 위해 질병청은 온열·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등 폭염과 한파 모니터링 및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변화 기인 질병 연구·감시 및 대응역량을 제고한다.
이와 함께 기후보건영향평가 운영체계 확립 등 건강민감계층 피해 확대에 따른 보호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처음 시행한 기후보건영향평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5년마다 조사·평가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피해 최소화를 위한 질병청 차원의 적응대책이 필요해짐에 따라 중장기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기후위기 선제적 감시로 기후-질병 경보기능 강화, 기후위기 대비·대응체계 강화로 국민건강보호, 기후위기대응 민·관협력 및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과학적 기후보건적응 인프라 구축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국민의 기후보건 회복력 증진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오진희 건강위해대응관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기후변화를 (질병청의) 개입으로, 국민의 건강을 과도하게 위협하거나 변하는 것을 막는 것이 질병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안유진 미래질병대비과장도 “기후변화 대응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탄소 감축, 남은 하나는 우리가 맞춰서 살아야 하는 적응 부분”이라며 “질병청은 적응 분야에 해당하는 업무들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 관련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추진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