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작년 국내 전기차 판매량, 벤츠‧BMW에 크게 밀려
볼륨 담당할 GV60, 월평균 200여대로 부진…연식변경 출시도 '조용히'
전기차 시장 캐즘 현상 속 고가 전기차 입지 축소…'복지부동'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제네시스 자체는 수입 고급차 브랜드에 맞서 토종 유일의 고급차 브랜드로서 선전하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량만 보면 시원치 않다. 부진의 중심에는 전용 전기차 모델 GV60가 자리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V60는 지난 11일 연식변경 모델 2024년형 GV60로 출시됐지만, 출시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절차는 생략했다.
현대차‧기아는 통상 풀체인지(완전변경)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때는 오프라인으로 언론사 대상 출시행사를 진행하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을 때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양과 가격, 특장점 등을 설명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왔다.
GV60가 제네시스 브랜드 유일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연식변경 모델의 ‘조용한 출시’는 다소 의외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연식변경모델은 출시할 때마다 매번 홍보를 하는 건 아니다”면서 “GV60의 경우 이전 모델에 비해 변화가 크지 않아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4년형 GV60는 가격이 6433만~7343만원으로, 기존 모델(6493만~7357만원) 대비 최대 60만원(스탠다드 모델 기준) 인하된 것 외에 충전구 조명 및 2열 컵홀더 플랩 추가, 카플레이 업데이트 등 소소한 변화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GV60 연식변경에 큰 힘을 주지 않은 게 전기차 시장에서의 부진을 대변하는 상징적 모습인 것으로 평가한다.
제네시스는 현재 GV60를 비롯, G80 전동화 모델, GV70 전동화 모델 등 3종의 전기차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들 3종의 판매량은 도합 6394대에 그쳤다.
이는 수입 럭셔리 브랜드들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는 성적표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는 9184대, BMW는 8225대의 전기차를 국내 시장에서 팔았다.
제네시스의 전기차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책임은 GV60에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한 다른 두 차종과 달리 GV60는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전용 전기차 모델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업의 볼륨 부분을 담당해 줘야 하는 전용 전기차 모델이 고전하고 있으니 브랜드 전체가 힘을 쓰기 힘들다.
GV60의 지난해 판매는 3198대로, 전년과 비교하면 43.3%나 감소한 규모다. 사실 2022년 판매량 5639대도 신차 효과를 감안하면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제네시스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팔렸지만, 그래봐야 월평균 200여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재고 조정 이슈로 생산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GV60는 고급차 브랜드로서 높은 가격을 달고 나왔지만 고급 전기차 수요층에 어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G70, G80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했으면서도 그릴을 없애며 밋밋해진 전면 디자인이 난해하다는 혹평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제도가 개편되며 고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축소된 것도 GV60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시장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을 맞은 현 상황에서는 제네시스가 획기적 반등 계기를 마련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얼리어답터 수요가 둔화되고, 대중 소비자에게 가격으로 어필해야 하는 형편인지라 고급차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캐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테슬라나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브랜드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저가 전기차를 내놓는 분위기 속에서 6000만~7000만원대의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들이 힘을 쓰긴 힘들다”면서 “아예 가격이나 보조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부유층에 어필할 만한 획기적인 럭셔리 전기차를 내놓지 못한다면, 전기차 시장 대중화가 좀 더 본격화되는 시점까지 숨고르기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