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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무기로 회사 압박…갈길 바쁜 삼성, 노조 리스크에 발목


입력 2024.03.20 19:08 수정 2024.03.20 23:3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 '반도체의 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극심한 업황 부진을 가까스로 넘어선 삼성은 올해 '노조 리스크'라는 새로운 복병을 맞이했다.


작년 한 해 반도체(DS)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적자를 낸 삼성은 빠르게 손실을 만회하는 동시에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갈 길이 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노조 때문에 자칫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오전 9시에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노조의 파업을 우려하며 회사의 대책을 물었다.


의장을 맡은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해 노조가 파업에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상생의 노사관계를 가치에 두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협상에서 양측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내달 5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지난 18일부터 진행중이다.


이날 진행된 교섭에서 회사측은 인상률을 3%(성과 인상률 포함 5.1%)로 높이고 장기근속휴가 확대, 창립기념일 20만포인트 지원, 난임 휴가 일수 확대, 임신 중 단축근무 기간 확대 등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으나, 노조는 성과급 제도 개선 및 재충전 휴가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며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현재 진행중인 조합원 투표에서 50% 이상이 찬성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파업에 돌입하면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조는 쟁의 행위를 묻는 찬반 투표에서 80%의 찬성률을 달성하기 위해 홍보트럭 2대를 활용해 서초사옥은 물론 이태원, 신라호텔, 타워팰리스 등을 돌며 순환 투쟁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 관계사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로, 조합원은 20일 기준 현재 2만2445명이다.


이 같은 노조의 행보에 대해 업계는 갈 길 바쁜 회사의 뒷다리 잡는 격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쟁사인 TSMC를 하루라도 빨리 따라잡으려면 노사가 합심해도 모자른 데, 오히려 회사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임직원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아무리 젊은세대도 휴가 하루 때문에 시위를 하는 것이 과연 삼성 직원들이 바라는 것인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선배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낸 삼성 반도체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노사관계 전문가도 같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대로 대기업이 무리한 임금인상을 지속할 경우, 임금 격차 및 이중구조 문제가 심화돼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삼성과 같은 고임금 대기업일수록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청년일자리 확대와 중소협력사 경영여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총 보고서인 ‘한·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2002~2022년 한국의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157.6%에 달했지만, 일본의 대기업 임금은 되레 6.8% 감소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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