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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내몰린 석유화학업계, 체질 개선 ‘가속페달’


입력 2024.03.22 06:00 수정 2024.03.22 06:00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석화 업체들, 국내외 석화 생산 설비 매각 나서

중국발 공급 감소에도 전통 사업 한계점 도달

업황 개선 지연…스페셜티·친환경 사업 투자

석유화학 업체들이 길어지는 업계 불황에 국내외 생산 설비 매각에 나서고 있다. 중국발 공급이 줄어들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전통 산업 자체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쳤다는 위기감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은 수익성이 낮아진 석화 제품 생산 설비들을 매각하거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노란색 우측 맨앞부터 순서대로)LG화학 여수CNT1,2,3공장 전경. ⓒLG화학

석화 업계의 맏형인 LG화학은 석화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 SM공장의 가동과 에틸렌옥시드(EO), 에틸렌글리콜(EG) 등 범용 제품 생산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화학의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지분 매각 추진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현재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LG화학은 지난해 IT 소재 사업부의 필름 사업 중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도 기초 소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내 기초 석화 생산 공장의 지분을 현지 협력사에 넘겼다. 또한,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규모 생산기지인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LC)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1월 2009년부터 운영해 온 중국 합작공장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해당 공장은 제지용 코팅 원료와 카펫, 아스팔트 개질제, 타이어코드 제조 등에 쓰이는 스티렌부타디엔(SB)-라텍스를 생산해왔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

국내 대표 석화 업체들이 기존 주력 사업 정리에 나선 배경에는 업황 개선 지연이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 석화 업계는 올해 전년 대비 신증설 공급 규모가 줄어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 감소에도 올해 실적개선은 난항이 예상된다. 유가에 따라 오른 나프타 가격에 대부분 화학제품 마진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도 50% 줄어든 65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6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롯데케미칼은 적자 폭이 765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 1분기에 대해 “석화 사업의 적자는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첨단소재 사업의 경우 지난달까지 지속된 리튬 가격 하락 영향으로 ASP는 지난해 4분기보다도 더욱 하락할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LG화학도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적으로 공급 규모가 축소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COTC 등 대규모 증설이 지속됨에 따라서 공급 과잉이 발생할 제품군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범용 제품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 탄소나노튜브(CNT). ⓒ금호석유화학

이에 석화 업체들은 전통 사업에서는 스페셜티, 신사업에서는 친환경에 방점을 찍고 업황 불황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 등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장기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제품을 중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고 3대 신성장동력 중심으로 전년보다 설비 투자를 확대한다.


롯데케미칼은 기존사업인 석유화학보다 핵심 신사업인 배터리 소재와 수소에너지에 적극 힘을 실을 계획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음극박과 양극박 사업의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전략을 지속 추진한다. 수소에너지 사업에서도 청정 암모니아 확보를 위한 생산 거점 전략, 수소 연료전지 발전 등 수요 측면의 시장 개발도 시의적절하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주력사업과 함께 탄소나노튜브(CNT),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S) 등 친환경 사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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