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돌파도 숙제가 된 KBS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가 부진 끊을까
출생의 비밀, 또는 불치병, 고부 갈등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결국 사랑을 깨달으며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내용은 KBS 주말드라마에서 늘 접하던 전개다. 디테일은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중·장년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왔다. 시청률이 10%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최근까지도 20%는 기본, 30%를 훌쩍 넘기며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자랑했었다.
그러나 고정 시청층의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2022년 방송된 ‘현재는 아름다워’가 끝내 30%를 넘기지 못하면서 부터다. 이후 ‘삼남매가 용감하게’, ‘진짜가 나타났다’, ‘효심이네 각자도생’ 등이 모두 30%의 벽을 넘기지 못했으며, 가장 최근작인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첫 방송 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시청률 20%를 돌파하지 못해 충격을 안겼었다. 33회에서 20%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이후 20% 내외의 성적을 오가기는 했지만, KBS 주말드라마의 떨어진 위상을 실감케 한 작품이 됐다.
무엇보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후반 전개에 쏟아진 혹평은 KBS 주말드라마의 정체성 다시 돌아보게 했다. 가족을 위해 본인의 삶을 희생해 온 효심(유이 분)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하면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불륜 때문에 가족을 등졌던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준 뒤 잠적한 효심이의 선택에 ‘공감이 안 된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 태호(하준 분)에게도 이 사실을 숨긴 채 수술을 한 뒤 결국 잠적하는 후반부 전개에 시청자들은 ‘구시대적’이라는 혹평을 보냈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후속작인 ‘미녀와 순정남’ 또한 배우 임수향과 ‘신사와 아가씨’로 그해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지현우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전적보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시청자들이 지적한 ‘구시대적’인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홍석구 PD는 최근 시청자들의 지적에 대해 “주말드라마는 연속극이기 때문에 특정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것보다 전 세대를 목표로 하는 가족드라마 성격이 강하다”라며 “그러다 보니 평이하거나 클리셰적인 전개가 불가피하게 일어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러면서 “전 세대에 어필하고자 하는 주말드라마의 미덕과 성격은 유지하면서 캐스팅 단계에서 배우들이 색다르게 보이게 하려고 했다”는 차별점을 강조했지만, 주말드라마의 ‘미덕’이 곧 ‘한계’이자 ‘딜레마’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방송사들의 사정이 어려워지고, 이에 평일 드라마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주말드라마로 기대작들이 쏠리면서 KBS 주말드라마를 향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TV 앞을 떠나는 젊은 층이 늘면서 이제는 모두가 중·장년층을 잡는 것을 숙제로 여기면서 영리한 방식으로 전 세대를 겨냥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연인’, ‘밤에 피는 꽃’ 등 퓨전 사극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MBC 금토드라마를 비롯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 분)과 재벌가에 장가간 이후 불행을 느끼는 백현우(김수현 분)의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는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 등 중·장년층에게도 익숙한 장르를 시대에 맞게 변주해 젊은 층의 시선까지 사로잡는 작품들이 현재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KBS 주말드라마의 전개가 지나치게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주말극은 물론, KBS 월화드라마도 긴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순정복서’, ‘혼례대첩’, ‘환상연가’ 등이 줄줄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배우 김하늘이 주연으로 나선 ‘멱살 한번 잡힙시다’로 반등을 시도했지만, 초반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기대감을 유발하진 못했다.
물론 이 드라마의 장르는 멜로 추적 스릴러 장르로 본격적인 사건이 베일을 벗으며 어떤 긴장감을 조성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남편의 불륜을 둘러싼 초반 전개가 그리 새롭진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미 멀어진 시청자들의 관심을, 지금의 시도들로 되돌릴 수 있을까. 어깨가 무거운 신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