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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최소 143명 사망…용의자 등 11명 체포


입력 2024.03.24 00:43 수정 2024.03.24 00:44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러 당국 133명으로 집계…“중상자 많아 사망자 계속 늘어날 듯”

IS의 아프간 분파 소행…체첸 등지서 잔혹행위 벌인 푸틴 비판

러시아 조사위원회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모스크바 테러 장소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인명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22일 저녁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 발생한 무자별 총격 테러와 방화 사건으로 최소 1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테러·방화사건은 2004년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 사건(333명 사망·783명 부상)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20년 만의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은 23일 텔레그램을 통해 사망자가 14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가 133명이라고 전했다. 금요일 밤 다수의 군중이 몰려있던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데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소방·구조인력 719명이 사건 현장에 투입돼 구조물 해체 및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며 "작업이 적어도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는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을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테러 행위에 직접 가담한 테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11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두마) 정보위원장 알렉산드르 힌시테인 의원은 러시아 당국은 이날 새벽 러시아 남동부 브랸스크 지역에서 도주하던 르노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도주 차량이 전복되며 1명은 현장에서 검거됐고, 다른 1명은 인근 지역 수색 결과 오전 3시50분쯤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테러·방화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ISIS-K은 “(IS 전투원들이) 수백명을 죽이거나 살해하고 해당 장소를 크게 파괴한 뒤 무사히 기지로 철수했다”며 테러 직후 자기 소행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이슬람국가의 범행이라고 확인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ISIS-K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다. IS 지부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다. 이슬람국가가 2015년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를 점령하고 준국가세력으로 부상했을 때 그 분파로 창립됐다. 모스크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로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이슬람국가가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2019년 이후 시리아 및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 세력이 제거되자 ISIS-K가 그 뒤를 이어 아프간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는 기존의 절반인 1500~2000명으로 세력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ISIS-K는 아프간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할 무렵 탈레반과 서방을 상대로 일련의 테러 공격을 가하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이들은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던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미군 13명 및 17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ISIS-K는 지난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이 테러로 최소 84명이 숨지고 284명이 다쳤다. 이들은 2022년 9월 발생한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 폭탄 테러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ISIS-K가 지난 몇 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체첸 등지에서 잔혹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옛소련 시절 아프간 침공 당시 무슬림을 상대로 잔학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아프간과 체첸, 시리아 같은 무슬림 지역에 개입한 것을 문제삼았다. 미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은 BBC방송에 “ISIS-K는 러시아가 정기적으로 무슬림 탄압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폭발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붉은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안보 컨설팅 업체 수판그룹의 대테러 전문가 콜린 클라크도 “ISIS-K는 지난 2년간 러시아에 집착해왔으며 선전매체에서 자주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며 “ISIS-K는 러시아가 아프간, 체첸, 시리아에 개입한 것을 언급하면서 크렘린궁이 무슬림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최근 ISIS-K의 위협을 다시 주시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군 사령관들은 미국이 페르시아만의 미군 기지에서 이슬람국가 및 알카에다 대원들을 겨냥한 원거리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지난 21일 하원 청문회에서 ISIS-K이 “경고없이 6개월 내에 해외에 있는 미국 및 서방의 이익시설을 공격할 능력과 의지를 갖췄다”고 증언했다.


미국은 이번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가 일어나기 전인 3월초 관련 정보를 입수했고, 자국 국민들에게 대형 집회를 피하라는 경보를 발령하고 러시아 쪽에도 통보했다.


모스크바 테러·방화 사건은 앞서 전날 저녁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에 위치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군복차림을 한 최소 3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해 청중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으며 이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6000여명 수용이 가능한 건물 내 공연장에서는 유명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AFP통신은 “공연 직전 벌어진 무차별 총격에 객석은 공포에 질린 비명으로 가득 찼으며 수천 명이 출구로 몰려들며 ‘생지옥’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공연장에 있던 음악 프로듀서인 알렉세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록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자리에 앉으려 하던 참에 총 소리와 수많은 비명을 들었다”며 “나는 그것이 자동 소총 소리라는 것을 즉시 깨달았고 이것이 최악의 테러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괴한들이 공연장 홀 내부와 홀 외부의 상가에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이 건물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는 등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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