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더 데스티네이션' 사전 체험기
귀여운 아이코닉 외모에 더 강력해진 성능
가파른 돌길, 진흙 속에서도 세단 탄듯 안정적
'여길 어떻게 지나가지.'
무려 수심 850mm의 아찔한 도강 코스. 제 아무리 잘 만들어진 차라도 이 강에 들어가면 바퀴가 잠기고도 남는다. 속도 모르고 빨리 건너라며 손을 휘젓는 인스트럭터를 보며 머리가 하얘지고 손이 떨려왔다. 침을 꿀꺽 삼키고 디펜더 110의 가속페달을 조심스레 밟았다.
문제가 뭐였을까? 창문을 열지 않으면 강을 건너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주행감이 뒤따랐다.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에는 여유롭게 실시간으로 수심을 보여주기까지. 겁먹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여유로 바뀌었다.
지난 26일 강원도 인제에서 재규어랜드로버가 오는 29일부터 진행하는 '디펜더 데스티네이션'을 미리 체험해봤다. 디펜더 데스티네이션은 디펜더 오너 또는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디펜더의 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행사로, 뉴욕, 텍사스에 이어 한국에서 세번째를 맞는다.
이날 행사에서는 디펜더 차량들 중 '디펜더 110'을 타고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가혹한 코스들을 달려봤다. 오프로드 프로그램은 ▲도강코스 ▲머드코스 ▲사면코스 ▲힐트레블 코스 ▲마운틴 트레일 등으로 구성됐다.
디펜더로 오프로드 코스를 지날 때는 로우레인지(사륜) 모드를 켜고 차고를 높이기만 하면 준비가 끝난다. 여기에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인 '터레인 리스폰스'에서 진흙, 자갈, 눈길 등 총 6개의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어떤 노면 상황에서도 달릴 수 있는 무적의 상태가 된다.
무시무시한 도강코스를 건너고 나서 맞닥뜨린 다음 구간은 머드코스. 하필 이날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바람에 가뜩이나 미끄러운 바닥이 물 반, 흙 반으로 난이도가 높아졌다.
웬만한 승용차였다면 이미 미끄러져 경로를 이탈했겠지만, 디펜더는 마치 온로드를 달리듯 거뜬하고 우아하게 주파해냈다. '터레인 리스폰스'에서 머드 모드를 선택한 후 코스에 진입했더니 RPM이 높은 상태로 유지됐는데, 진흙 속에 빠질 뻔한 상황에서 차량이 힘있게 치고 올라왔다.
흙더미로 만들어진 높은 언덕도 과속방지턱을 넘는 듯 부드럽게 지나간다. 힐 트레블 코스에서는 진입과 동시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진흙 언덕을 지나야했는데, 차량이 기울어진 탓에 전방에 하늘만 보이는 상황에서도 내부 오프로드 카메라를 활용하니 손쉽게 주행이 가능했다. 오프로드 카메라에서는 양쪽 바퀴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차량 전 후방에 어떤 사물이 있는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은 마운틴 트레일 코스. 인제 기룡산 일대 약 12km의 험준한 비탈길을 1시간 동안 주행하는 코스다. 높은 경사의 산길만큼이나 차량의 힘이 충분히 받쳐줘야 하는 가혹한 구간임에도 디펜더는 제 할일을 묵묵히 해냈다.
특히 이 구간을 오를때 놀라웠던 점은 어떤 조건 속에서도 몸에 큰 무리가 없었다는 데 있다. 영국 왕실에서 의전차로 쓰여온 차량인 만큼 오프로드에 최적화됐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승객의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듯 하다.
통상 미끄러운 산 비탈길과 울퉁불퉁한 돌길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면 긴장감에 여기저기 쑤셔오기 마련이지만, 디펜더 안에서는 이런 피로도도 견딜만한 수준이 된다. 에어서스펜션이 탑재된 럭셔리 오프로드 차량은 후유증마저 운전자의 몫이 아니다.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려 돌아본 디펜더는 처음 마주했을 때와는 어쩐지 다르게 느껴졌다. 강력한 성능을 속에 감추고도 저렇게 귀여운 얼굴이라니. '기능에만 집중해 차를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 디자인까지 하나의 상징이 됐다'던 로빈 콜건 사장의 말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성능을 경험하고 나니 디자인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한국 소비자들과 오랜시간 함께한 차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비결에는 이런 '반전 매력'이 숨어있는 듯 하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올해 '올 뉴 디펜더 130 P400 아웃바운드'를 출시하고, 지난해 연간 판매 1000대를 넘어선 기세를 몰아 올해도 국내 마니아들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