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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 "파업한 줄도 모르고 버스만 기다려…퇴근길도 겁나"


입력 2024.03.28 14:23 수정 2024.03.28 14:35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98% 시내 버스 멈춰…서울시 비상수송대책 '지하철 추가 편성', 자치구 무료 셔틀버스 운영

서울시 버스환승센터마다 출근길 아우성…시민들 "출근시간 30분 더 걸렸다"

"버스 없어 20분째 택시 기다리고 있어" "사람들이 다 지하철로 몰리니 너무 힘들어"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한 28일 낮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버스환승센터가 텅 비어 있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 시내버스가 28일 새벽 4시를 기해 12년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이 아침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은 "아침에 출근할 때도 엄청난 혼잡이 있었다"며 "출근하자마자 저녁 퇴근길이 걱정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버스노조와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전날 오후부터 지속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하철을 추가 편성하고, 각 자치구는 무료 셔틀버스 480대를 운행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에 나서고 있으나 시내버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택시라도 타야 하는데 택시도 안잡혀"


28일 오전 서울 3대 버스환승센터 중 하나인 청량리 버스환승센터. 이 곳은 남양주·구리·가평 등 서울 외곽 북동부 지역에서 광역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온 승객들이 동대문구·성북구·종로구·중랑구 등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 시내버스로 환승하는 곳이다.


환승 승객들로 늘 북적였던 이곳은 이날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나마도 승강장에 있는 승객들은 서울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 광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출발한 광역버스를 타고 이 곳에서 내린 최모씨는 "420번 버스를 타고 반포쪽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버스가 파업이라 지하철을 2번 갈아타야 할 것 같다"며 "그나마 여긴 지하철역이 가깝기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촉박한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야 했지만 이곳에서는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버스환승센터 주변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한 여성은 "버스가 없어서 20분째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은 너무 안잡힌다"며 발을 동동 구르다 간신히 잡은 택시에 서둘러 올라탔다.


28일 낮 청량리 버스환승센터 옆에서 한 여성이 간신히 택시를 잡아 탑승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28일 낮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옆 택시승차장에 길게 늘어선 줄ⓒ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앞에는 택시 대기줄만 100미터


이번에는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앞으로 이동해 상황을 살펴봤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는 KTX를 이용해 전국 각지에서 온 승객들이 모이는 곳이라 버스 수요 역시 많은 곳이다. 이 곳 역시 경기도 광역버스 승차장을 제외한 나머지 버스 승차장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대신 택시를 기다리는 줄이 평소보다 훨씬 길게 늘어서 거의 100미터에 달할 정도였다.


파업 상황을 모르고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도 있었다. 시내버스 승차장에 앉아있던 한 남성은 '어디로 가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51번 버스를 타고 중앙대학교로 가려 한다"고 답했다.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을 해서 그 버스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주자 그는 깜짝 놀라 서둘러 지하철 역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28일 낮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시내버스 승차장. 한 남성이 시내버스 파업상황을 모른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여의도 직장인들 "출근하자마자 퇴근 두렵다"


여의도공원 옆에 위치한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역시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만 승차장을 공유하는 경기도 소속 버스들이 환승센터를 지나가며 완전히 썰렁한 모습은 아니었다. 여의도 환승센터는 바로 한강 건너 마포구로 이동하려는 승객은 물론, 영등포·양천·관악 등 서울 서남부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승객이 많은 곳이라 출퇴근시간마다 상당한 인구가 몰린다. 특히 출퇴근시간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의 혼잡도는 악명이 높아 일부러 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이날 점심시간에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직장인 허모씨는 "마포구 집에서 여의도까지 마포대교만 건너면 되니까 평소에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오늘은 어쩔수 없이 지하철을 타야만 했다"며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은 원래 혼잡하긴 하지만 오늘은 여의도역까지 거의 숨도 제대로 못쉬고 왔다"고 전했다.


또다른 여의도 직장인 강모씨 역시 "버스가 안다니니까 사람들이 다 지하철로 몰려들어서 너무 힘들었다"며 "오늘 저녁 퇴근길이 벌써부터 두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의 안내판. 광역버스를 제외한 서울 시내버스는 모두 운행이 중지된 상태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시, 비상수송대책 시행…자치구, 무료 셔틀버스 480대 투입


서울시도 시내버스의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출퇴근 시간대 1시간씩 운행시간을 연장하고 막차시간은 종착역 기준 다음 달 오전 2시까지 연장해 총 202회 증회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 각 자치구는 지역 내 인구밀집지역과 주요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 480대를 투입했다.


하지만 시내버스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날 파업에는 전체 서울 시내버스(7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210대가 참여해 운행을 멈춘 상태다. 평소 서울 시내버스의 승객 운송분담률이 약 24%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메울 수 없는 공백인 것이다.


전날부터 이어진 협상이 결렬되며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노사 협상을 중재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노사가 회의를 개최해 달라고 요청할 경우 사후 조정을 할 수 있다"며 "(노사가) 요청하면 시간이 되면 오늘이라도 (사후 조정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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