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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반대 성명까지…권위는 뒷전, ‘돈’만 쫓는 케이팝 시상식 [D:이슈]


입력 2024.03.29 07:13 수정 2024.03.29 07:1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최근 케이팝(K-POP) 시상식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이 우려를 표하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협회가 운영하던 대중음악 시상식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개최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음콘협은 “시상식 관련 문제점을 되짚어 보면서 본 협회가 개최했던 써클차트 뮤직어워즈(전 가온차트 뮤직어워즈)도 이러한 지적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며,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밝혔다.



2023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이와 함께 음콘협은 음악 시상식 관련 출연계약서 및 가이드라인을 연구해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음콘협은 “상반기 내에 케이팝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비즈니스 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상식 출연계약서를 업계 스스로 만들고자 한다. 이는 민간 자율의 자정 노력이 담긴 계약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가요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케이팝 시상식 증가’에 대해 음콘협이 총대를 메고 ‘시상식 연기’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수익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다른 시상식 주최사들이 이에 동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음콘협이 마련한다는 시상식 출연계약서와 가이드라인이 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주최사들의 수익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새 ‘수익성’을 위한 시상식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현재 운영 중인 시상식만 20여개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새롭게 생겨난 시상식도 5개가 넘고, 올해도 3~4개 시상식이 신설될 예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상식이 비슷한 시기에 열리다 보니 수익성을 위해 경쟁적으로 출연자를 섭외하는 현상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본사의 주력 아티스트를 시상식 무대에 세우고자 (해외 투어 날짜를 피해) 시상식 날짜를 조율하는 촌극까지 벌어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수익을 남기고자 개최 장소를 국내에서 국외로 옮기는 시상식도 많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공영방송인 KBS마저 기존의 ‘가요대축제’의 일본 개최를 발표한 이후 대중의 비판이 잇따르자, 이름만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로 바꿔 결국 일본에서 개최했다. 이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티켓값을 크게 부풀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에서 열린 한 시상식 티켓 가격이 5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시상식의 난립은 단순히 가요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피해로만 그치지 않는다. 시상식이 케이팝 팬심을 악용한 수익 추구 수단이 되면서 시상식은 공정성과 권위를 상실하고 나아가서는 케이팝 산업의 이미지까지 훼손시킨다. 실제로 최근 일부 시상식 무대 및 관객석에서 아티스트의 추락 사고와 객석 몸싸움 발생 등의 안전 문제가 잇따른다. 지난 2월 열린 한 시상식에선 스탠딩석 관객이 화장실에 제때 가지 못해 그 자리에서 용변을 봤다는 글이 온라인에 퍼지기도 했다.


음콘협은 “낮은 품질의 연출과 음향으로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일이 반복되고, 아티스트가 추락사고를 겪는 일도 있었다. 주최 측은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원활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현장을 관리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팬 간 몸싸움 등의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이는 관객들의 안전에도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상식이 수익성을 쫓아가는 행사가 되면서 생겨난 현상들이다. 시상식이 우리 음악산업 전반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지를 반드시 짚어봐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케이팝 기획사 관계자들도 시상식의 난립이 케이팝 구성원들에게 안기는 체력적, 수익적인 부담이 극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기획사 입장에선 아티스트의 건강을 고려해 일정을 잡아야 함에도 ‘을’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출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만약 이런 무리한 출연으로 인해 아티스트와 소속사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모두 기획사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시상식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익 사업을 위해 무분별하게, 유행처럼 찍어내는 시상식에 아티스트와 기획사가 고통받아선 안 된다는 것에 적극 공감한다”며 “무엇보다 권위를 쫓아야 할 시상식이 ‘돈’만 쫓으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케이팝 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까지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의가 발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는 물론 필요시 관계부처, 기관의 협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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