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주 만에 40원 올라 1350원대…5개월만
유럽 금리 인하 움직임 영향…美 경제 지표도 호조세
연준 신중한 입장 견지…배당 환전으로 원화 약세 압력
원·달러 환율이 최근 2주 만에 40원 가까이 오르면서 136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유럽 등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음 달에는 배당 시즌도 본격화하는 만큼, 당분간 원화 약세 압력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원 오른 1347.2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1300.4원)과 비교하면 46.8원이나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308원까지 밀린 이후 같은 달 28일 1353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이처럼 강 달러가 이어지는 배경엔 글로벌 주요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지난 21일(현지시각)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영란은행(BOE)도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만약 ECB가 선제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달러에는 강세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경제 지표도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시장 심리가 달러 강세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3.4%(확정치)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3.2%)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준이다. 지난달 잠정 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1.6%로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아울러 최근 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달러화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27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정책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최근 경제 지표를 감안할 때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에는 리사 쿡 연준 이사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정책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던 가운데 연준 윌러 이사의 다소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달러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돌아서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는 여전히 견조한 만큼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여기에 4월 배당 시즌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정 연구원은 “시기상으로 외국인 배당 환전 시기가 도래할 상황”이라며 “무역 부분에서 결제를 위한 실수요가 발생할 시점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