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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거란 전쟁’ 하승리, 데뷔 25년 차 배우의 ‘단단함’ [D:인터뷰]


입력 2024.03.31 11:30 수정 2024.03.31 11:3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조급해하면 들킬 것 같아…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아가려고 한다.”

만으로 29살이지만, 벌써 데뷔 25년 차가 된 배우 하승리는 지금처럼 ‘버티며’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아역’ 이미지를 빨리 벗고 싶어 조급해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어렵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고려 거란 전쟁’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연기를 해낸 하승리는 ‘단단함’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 캐릭터를 소화할 계획이다.


하승리는 KBS2 ‘고려 거란 전쟁’에서 현종의 후궁 원성왕후를 연기했다. 명랑하고 정의로운 성품을 지닌 인물로, 현종의 몽진 길에서 그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찬 젊은 시절부터 훗날 현종의 후궁이 돼 묵직한 카리스마를 갖춘 모습까지. 원성의 성장을 그려내며 드라마의 한 축을 차지했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4살에 데뷔해 25년 동안 연기 활동을 해 온 하승리에게도 ‘고려 거란 전쟁’은 ‘어려운’ 작품이었다. 특히 KBS ‘대하 사극’의 무게감을 실감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현장에서부터 배우들의 톤이 달랐다’라고 말한 하승리는, 그런 선배들에게 배우며 ‘고려 거란 전쟁’을 완성해 나갔다.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고, 깊은 느낌을 받았다. 미팅을 하고 나서 감독님께서 젊은 배우들은 너무 기존의 정통 사극처럼 안 풀어나가도 된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혼동이 오기도 했다. 내가 어디까지 해야 할까, 무게감을 내려둬야 한다면 어디까지 허용이 될까. 그런 고민을 했다. 초반 대사 톤도 그렇고, 너무 어려웠다. 처음엔 제가 방송으로 보는데도 저를 보기가 싫더라.”


원성의 당당한 면모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조선이라는 시대적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원성은 여느 조선의 여성들과는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원성을 통해 ‘사극 속 여성도 진취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승리는 이를 ‘잘’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성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다 보니까 감독님만 믿고 가려고 했다. 감독님이 ‘원성은 통통 튀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해 주셨다. 궁궐 안 여인들과는 다른 모습이 있는데, 그걸 편하게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다. 사극 내에서 허용되는 선에서 원성의 여장부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다만 이후 현종을 사이에 두고 원성왕후가 원정왕후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담기는데, 이때 원정왕후가 마치 악역처럼 표현이 되는 등 일부 설정에 대한 ‘역사왜곡’ 지적도 이어졌었다. 그러나 하승리는 대본에 표현된 캐릭터와 상황을 표현하는 데만 신경을 쓰며 집중을 이어나갔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원정이라는 조강지처가 왕과 함께 너무 큰 고생을 했었다. 시청자들은 이미 원정과 정을 쌓았는데,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한 것이지 않나. 그만큼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원성을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했다. (외적인 논란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다.”


이 같은 단단함은 하승리의 장점이기도 하다. 전작인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양궁부 장하리 역을 소화하며 ‘양궁 선배’라는 별칭을 얻고, ‘고려 거란 전쟁’에서는 왕후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하승리지만, 무게감 있는 역할을 소화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승리는 ‘기다리다 보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는 소신을 밝히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얼굴도 좀 늙어갈 것이지 않나. 학생 역할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또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인 역할을 하게 되더라.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구나’ 싶었다. 아역의 모습도 한 일부분이고, 앞으로 그려나갈 부분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는 없다.”


이번 ‘고려 거란 전쟁’의 촬영 현장에서도 하승리는 ‘단단한’ 배우로 꼽혔다. 선배 배우들에게 ‘흐트러짐이 없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큼 중심이 잘 잡힌 모습으로 연기에 임한 것이다. 물론 하승리도 조급해하며 흔들릴 때가 있었지만,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서 ‘버티는’ 힘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조급해하면 들킬 것 같다.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가려고 한다. ‘잘 가고 있나’라는 생각을 할 때, 어쨌든 조금씩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려고 한다. 아역 때부터 하다 보니까 같이 했던 친구들이 잘 나가기도 하고, 또 같이 작품을 했던 신인들이 너무 잘 되기도 하는 걸 보며 ‘나만 안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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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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