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 배우 “작품 숫자 줄어…코로나19 시기만큼 어렵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의 배우 이한별은 데뷔작으로 단번에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한별은 동명의 웹툰 원작 속 김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1000:1의 경쟁률을 보인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독특한 색깔의 작품을 완성도 높게 선보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라 가능한 캐스팅이었다.
해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드라마의 완성도에만 초점을 맞춘 캐스팅으로 신인을 발굴했다면, 티빙은 신선한 ‘학원물’로 ‘웰메이드’의 만족감을 선사하기 위해 새 얼굴을 대거 발굴했다. 최근 시청자들의 호평 속 공개된 ‘피라미드 게임’에 출연한 신슬기, 장다아, 강나언, 류다인 등이다.
배우 이장우, 김지석, 한예슬 등 여러 배우들이 “요즘 드라마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OTT 등장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깜짝’ 스타들이 일부 탄생하는 흐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행운아를 제외하면, 신인 또는 배우 지망생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톱배우들도 ‘작품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제작사들은 ‘리스크’ 줄이기에 방점을 찍는 상황에서 신인을 발굴하고, 또 키워나가는 것이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이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신인들이 출연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 청춘 로맨스 드라마가 대표적인데, 이 경우 해외 팬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연기력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들이 이어지곤 한다”고 신인보다는 팬덤이 있는 기존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는 이유를 짚었으며, 짚었으며, 배우 기획사, 드라마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팬미팅을 개최하며 해외 팬 유입에 적극적인 시도를 하는 사례도 생겼다. 신인을 키우는데 (기존의 방향성과는 다른) 투자가 필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단역 배우들도 ‘기회가 더 줄었다’고 호소했다. 유명 조연 배우들이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는 “조연 배우에게까지 투자하는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 아무래도 제작비 압박을 받다 보면, 조연 배우들에게까지 높은 출연료를 주진 못한다. 많은 조연 배우들은 ‘다작’을 통해 아쉬움을 줄이는데, 작품이 줄면 그게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어려운 상황에서 ‘불필요한’ 것을 줄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연, 또는 신인들에게 돌아가던 감초 역할 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여러 편의 드라마, 광고, 연극 등에 출연한 30대 조·단역 배우도 출연료는 수년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오히려 진입장벽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톱스타들의 출연료는 회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로 급등했으며, 회당 10억원을 받는 배우가 등장했다는 추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단역 배우들은 수년째 100만원 선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8년 차 조단역 배우는 “코로나19 시기만큼 어려운 것 같다. 코로나19 전 한 달에 오디션을 20개 봤다면, 코로나19 시기 10개로 절반 정도 줄었는데 지금도 그 수준”이라면서 “무엇보다 요즘엔 오디션이나 프로필을 돌리며 ‘발탁’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코로나19 시기 캐스팅 디렉터를 거치는 것이 ‘필수’가 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는데, 그것이 그대로 정착이 된 것 같다. 다행히 닫혔던 연극 무대는 열려 그쪽으로 활발하게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