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노쇼 예방 위해 분쟁기준 도입
외식업계, 예약금 제도 운영에 긍정적 도움
소비자, 과도한 기준 개선 필요 목소리도
예약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 show)’ 방지를 위해 예약금을 미리 받는 식당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들의 예약금이 날로 과도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지책이라고 하지만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통해 식당 등 외식서비스업체가 예약금을 요구할 때는 총 식사비용의 1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예약시간을 1시간 이상 남기고 취소한 경우 예약금을 다시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강제력이 없다. 때문에 식당마다 예약금을 각각의 기준으로 받고 있다. 또 하루 전이나 당일 취소 시엔 위약금이라며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약을 연결한 앱의 경우도 ‘노쇼 수수료’라며 개입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식당들은 예약금 제도가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예약금을 도입한 이후 노쇼로 인한 피해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노쇼는 경제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손실이 극단적인 경우 폐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40대)씨는 “예약을 해놓고 당일에 전화기를 꺼 놓거나 안 받고, 받더라도 ‘사정상 다른 식당에 왔다’며 당당한 경우가 많아 예약금을 받기 시작했다”며 “식당 여러 곳에 예약을 걸어두고, 당일 기분에 따라 한 곳을 골라가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약 전화를 받을 때 보증금 얘기를 꺼내면 꺼려하는 손님들도 많다”며 “건전한 예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업주 입장에서 예약률이 줄어들 것까지 감수하면서 보증금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한 시간 전 취소면 다른 손님 받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소비자들은 재료 준비에 드는 비용 보전이라고 해도 지나친 경우가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약 포털 사이트에서 오마카세 식당의 예약금을 검색해보면 대부분의 오마카세·파인다이닝 식당의 예약금이 5만원이 훌쩍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식당 예약 앱 ‘캐치테이블’을 살펴본 결과 강남구의 ‘s’ 오마카세 식당은 1인당 디너 예약금을 33만원으로 측정했다. 해당 식당의 디너 오마카세 가격은 35만원이다. 식사가격의 90퍼센트가 넘는 예약금이다. 해당 식당은 예약일로부터 5일 전 취소 시 예약금을 일절 돌려주지 않는다.
재료 준비에 드는 비용 보전이라고 해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파인다이닝은 원가율이 높은 업종인데도 재료비가 메뉴 가격의 40% 정도면 업계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식당들이 당일 예약 취소 시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캐치테이블을 살펴본 결과 2일 전 취소 시 100%, 1일 전 취소 시 50%를 환불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20분 이상 늦을 시 노쇼 처리를 하는 식당도 있었다.
직장인 B씨(30대)씨는 “최근 연인과 기념일에 식사를 하기 위해 파인다이닝 맛집을 찾아 예약하고 예약금까지 지급했는데 갑자기 지방 출장이 잡혀 3일 전 취소 문의를 했더니 날짜 변경도 어렵고 예약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저런 식당은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아 예약을 취소해도 다른 손님을 받는 게 어렵지 않은데 예약 기준을 왜 이렇게 높게 잡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마련해둔 예약금 권고 기준은 유명무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예약 서비스 플랫폼들이 사업자 측에 공정위의 권고 기준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현재 캐치테이블·네이버 등은 예약보증금과 환불 정책을 업주가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예약금은 노쇼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일부 업장을 중심으로 과해지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의 기준대로 운영하면 피해가 굉장히 크다”며 “소비자와 업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양쪽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