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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따로 또 같이”…1인 가구 사로잡은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신촌’


입력 2024.04.04 06:48 수정 2024.04.04 06:48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사생활 보장·공동체 생활 등 특장점 강화

대학가 역세권 입지, 청년층 중심 수요 관심↑

보증금 500만원, 월 임대료 100만원 수준 ‘부담’ 한계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1인 가구수는 750만가구에 이른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1인 가구수는 750만가구에 이른다. 전체 가구(2238만가구)의 34.5%를 차지한다.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은 1인 가구인 셈이다.


가구 분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주거의 형태도 변모하고 있다. 단순히 ‘사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나눠 주거하는 ‘셰어하우스’는 이제 생활과 문화, 가치관, 관심사 등을 함께 나누며 창의적인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코리빙하우스’로 개념이 점차 확장한 모습이다.


지난 3일 기자는 부동산 디벨로퍼 MGRV가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을 찾았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 집들이를 시작한 맹그로브 신촌은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이 도보거리에 있다.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대학교가 가깝고 대형마트는 물론 경의선숲길이 인접해 아파트로 치자면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핵심 입지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MGRV는 현재 서울에서 숭인, 동대문, 신설, 신촌 등 4개의 맹그로브 코리빙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앞서 3곳은 빌라(다세대), 호텔 등을 리모델링해 공급했다면 신촌의 경우 MGRV가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 과정에 모두 참여하고 있단 점이 특징이다.


맹그로브 신촌은 1인실 108개(전용 14㎡), 3인실 56개(전용 30㎡), 프리미엄룸 1개 등 총 165실 규모로 총 277명이 거주할 수 있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임대형 기숙사 개념이 도입되면서 이곳은 공동주택 형태로 공급됐다.


최근 1인 가구 니즈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의 코리빙하우스가 공급되고 있는데, 맹그로브 신촌은 주거와 커뮤니티 모두에 힘을 줬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최근 1인 가구 니즈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의 코리빙하우스가 공급되고 있는데, 맹그로브 신촌은 주거와 커뮤니티 모두에 힘을 줬다. 전실 풀옵션으로 수납장,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기본적인 가구와 가전이 갖춰져 있어 라면 하나 먹으려고, 양말 한 켤레 빨기 위해 공용공간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3인실이었다. 기존 전용 30㎡ 미만인 원룸은 내부 공간을 구획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이곳 3인실은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돼 원룸에 3개의 방과 주방, 화장실을 모두 넣었다.


통상 하나의 집을 쪼개서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는 방마다 면적이 달라 월세도 다르고, 실질적인 사생활 보장이 어려웠다면 이곳은 3개의 방 면적을 모두 동일하게 마련했다. 다인실임에도 독립적인 생활과 보안 등을 고려해 방마다 지문인식 도어락을 설치했단 점도 인상적이었다. 3인실은 지난해 초 입주 상담 시작 보름 만에 98%가량 계약률을 달성한 바 있다.


MGRV 관계자는 “(신촌 지점은) 그간 맹그로브를 운영하면서 축적해 온 역량을 모두 쏟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코리빙이라고 해서 모든 걸 공유할 필요는 없다. 개인실마다 주방을 모두 넣었다. 사생활을 충분히 보장 받으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깊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도록 커뮤니티에도 공을 들였다. 맹그로브 신촌에는 다이닝룸부터 워크룸, 시네마라운지, 릴렉스룸·플렉스룸, 공유주방, 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돼 있다.


맹그로브 신촌은 1인실의 경우 6개월, 12개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고, 3인실은 6개월 이후부터 한 달씩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입주민들은 이곳에서 MGRV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 MGRV에 역제안할 수도 있다. 입주민 전용 앱을 이용해 MGRV 개입 없이 입주민들끼리 모여 다양한 소셜 활동도 즐긴다.


MGRV 관계자는 “하물며 혼자 먹기 부담스러운 배달음식을 함께 먹거나, 외국인 입주민들과 서로 언어를 알려주는 등 다양한 모임이 매일 만들어진다”며 “맹그로브에선 커뮤니티와 관련한 다양한 실험들을 많이 하는데 자유롭게 그들끼리 교류하는 문화가 형성되다 보니 새로 입주하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금방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맹그로브 신촌은 1인실의 경우 6개월, 12개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고, 3인실은 6개월 이후부터 한 달씩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공동주택으로 분류돼 전입신고도 가능하다. 이 같은 코리빙하우스를 경험해보려는 젊은 층 수요가 집중되면서 공실률은 5% 미만으로 자연 공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3월 개학을 앞두고 지난해 12월에는 100여명이 사전계약을 신청하는 등 입주문의가 대폭 늘기도 했다.


신촌 지점의 경우 보증금이 500만원 고정이다. 서울시 최우선변제금 범위 내 드는 만큼 향후 보증금을 떼일 우려는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전히 주거비였다. 월 임대료는 계약기간, 층수 등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1인실의 경우 96만~120만원, 3인실은 69만원부터 시작이다. 10만원 상당의 관리비는 별도 납부해야 한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입주민들을 위한 주거 서비스 등을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다면 주거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셈이다.


코리빙업계 관계자는 “아직 집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크지만, 주거의 개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누구의 관여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면서 동시에 소속감을 느끼려는 니즈가 강해지면서 적지 않은 주거비용을 내고도 입주하려는 수요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주거 형태 공급을 예고한 상태다. 그 중 ‘코리빙하우스’에 대한 제도 개선도 검토 중이다. 앞으로 코리빙하우스를 지을 때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처럼 기금출자 및 융자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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