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막걸리 승승장구
전통막걸리 업계 침체 지속
올해도 컬래버 등 이어갈 것
막걸리 업계가 주류 트렌드의 변화와 아스파탐 쇼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마땅히 알릴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갈수록 연예인이 만든 술 위주로만 화제성이 높아지는 등 전통 막걸리 시장은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국적의 연예인을 앞세운 증류주가 전통주로 분류되고, 연예인의 유명세를 활용해 주류 사업을 돈 벌이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결국에는 마케팅의 힘을 빌려 제품을 알려야 하는데 이 역시 비용 부담이 커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시경의 막걸리 브랜드 ‘경탁주 12도’가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우리술 탁주 생막걸리 전통주류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국내 대표 주류 품평회로 분야별 전문 주류 시음단 90여 명이 블라인드 심사로 평가한다.
앞서 경탁주 12도는 애주가로 이름난 성시경이 상품 개발 과정에 참여해 출시 이전부터 대중의 기대를 받았다. 지난 2월 온라인 판매 오픈 이후부터 현재까지 연일 매진 행렬을 일으키고 있다. 직접 구매한 고객들의 평점 역시 5점 만점에 4.9점으로 매우 높은 점수를 유지 중이다.
반면 전통 막걸리 업계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순당의 연결 기준 매출은 705억원으로 전년(746억원) 대비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1년 전 91억원보다 51.2% 줄어들며 반 토막 났다.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장수도 지난해 매출액이 399억원으로 전년(406억원) 대비 1.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전년(38억원)보다 10.4% 감소했다.
‘지평생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의 경우에도 매출 441억원으로 전년(387억원) 대비 13.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전년(60억원)보다 40.6% 하락했다.
막걸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열풍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하이볼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주류 트렌드가 변하고,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 논란으로 타격을 입으며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 논란의 영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코로나19 시기에는 홈술의 영향으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최근 주류시장이 다시 치열해지며 상대적으로 막걸리 등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듯 하다”고 말했다.
막걸리 업계는 결국 스타 마케팅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 부담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경기 불황에 소비자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특히 큰 돈을 투자해 인지도 높은 연예인을 전면에 앞세우거나 온라인 채널 확장을 통해 기업 활동을 알리더라도 잇따라 터지는 ‘모델’ 부정 이슈에, 유튜브 ‘뒷광고’ 논란까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를 대체할 마케팅 창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통상 업계는 모델 발탁시 광고 제작 브랜드나 이미지가 모델 후보와 적절히 어울리는지 여부를 살핀다. 또 최근 이슈와 트렌드에 따라 유연하게 발탁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영역인 ‘인성’까지 중요해지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더욱이 연예인이 사고를 쳤을 경우 그 부정적인 인식이 기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악의 경우 브랜드 신뢰는 물론 불매운동으로까지 연결돼 여전히 조심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인들이 새롭게 막걸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막걸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어 반길만 하다”면서도 “연예인들이 참여해 만든 특색 있는 막걸리의 경우 시장이 특정 채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채널로 유통하는 전통 막걸리 업계는 참여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경우 시장이 있으면 마케팅을 집중하는데 막걸리 시장은 워낙 작아 스타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도 않는다”며 “비용 대비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데다, 현재 막걸리 시장의 경우 다른 주류에 이런 스타 발굴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전통 막걸리 업계는 올해도 MZ세대 이목을 끌기 위해 협업 제품 만들기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포장을 리뉴얼하는 등 ‘체질 개선’에 공을 들이면서 ‘아재 술’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2030 젊은층을 겨냥해 자사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해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수익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나 가치 제고에 더 비중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