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이달부터 1.06% →1.02%로 낮춰
당국 상향 기대감과 반대…눈치 경쟁 조짐
올해 금리 인하 예고…추가 하향 가능성도
투자자들의 불만에 일제히 인상됐던 증권사의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 등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 평균 이용료율이 현재 1%대를 넘어 2%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반대로 KB증권이 이달부터 이용료율 인하를 결정해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달 1일부터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을 1.06%에서 1.02%로 0.04%p 내렸다. 평균잔고(평잔) 100만원 미만은 0.05%로 동일하다. 올해 초 이용료율을 기존 1.03%에서 1.06%로 상향한 것으로 고려하면 약 3개월만 종전 대비 0.01%p 낮은 이용료율로 조정한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가 증권 계좌에 예치한 현금성 자산에 증권사가 지급하는 이자를 의미한다. 증권사들은 한국증권금융에 고객 예탁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데 여기서 전산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게 책정해 이자장사로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이 확대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0곳이 2019~2022년 예탁금으로 올린 수익은 2조467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중 투자자에게 지급한 이자는 전체 이익의 약 24.2%(5976억원)에 그쳤다.
이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하는 등 문제해결에 나서면서 증권사들 우후죽순 인상을 발표했다. 실제 지난해 키움증권은 기존 0.25%에서 1.05%로 대폭 인상했고 하나증권도 0.35%에서 1.05%로 상향했다. 삼성증권은 0.4%에서 1.0%로 올렸다.
이에 대신증권·메리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상위 10개 증권사의 평균 이용료율이 지난해 9월 0.56%에서 올해 1분기 1.08%로 크게 올랐다. 다만 여전히 3% 중반 대인 은행 금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증권이 예탁금 이용료율 인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증권사 간 눈치싸움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한국증권금융의 운용 수익도 감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구실로 이용료율 인하가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인하 시기 즈음인 올해 2분기에 완화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현재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2분기(3.25%)·3분기(3.00%)·4분기(2.75%)에 걸쳐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린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이용료율을 인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장 이를 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금리 인하가 이뤄진 상황이 아닌 데다가 몇 달 만에 예탁금 이용료율을 조정하는 것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몇 년 새 예탁금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 수익도 커졌기 때문에 금리 등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면 조정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