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당초 여론에 휩쓸려 진행된 사건…공직자에 대한 무차별적 기소 이뤄져선 안 돼"
"국민 관심사 높은 사건, 외부위원 통해 객관적으로 사안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세월호 특조위, 목적 달성하면 해산 해야하는 기구…행정부 재량으로 할 수 있는 부분"
"'유가족에 위로 말씀 드린다'고 한 것, 승소 여부 관계없이 유족 마음 달래주려는 것"
박근혜 정부 시절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은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이 전 실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은 만큼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에 가더라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당초 이 사건 자체가 여론에 휩쓸려 진행된 부분이 있고 공직자에 대한 무차별적 기소가 이뤄지면 방어적으로 공무를 집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형)는 지난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76)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9명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이를 방해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또 특조위 진상규명 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게 하는 등 특조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논의를 중단시키는 등 방법으로 특조위 활동을 강제 종료시킨 혐의도 받았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이 전 실장을 포함한 공동 피고인들이 1·2심 모두 무죄를 받았기에 대법원에 가더라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애당초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순 있겠지만, 법적으로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시민들이 감정적으로 동요된 상태에서 여론을 형성하다 보면 수사팀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지면 재판부에서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결론적으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변호사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공무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기소가 이뤄지면 방어적으로 공무를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공직자 입장에선 한 번 기소되면 변호사 선임비용도 많이 소요되고, 재판도 받으러 다녀야 하기에 시간도 많이 써야한다"며 "이같은 사건들에 한해서라도 기소 단계에 외부 위원을 동원해 심의하는 등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윌)는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겠지만, 여론에 휩쓸려 두려웠을 것이다. 불기소했을 때 사회로부터 받을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만, 세월호 특조위 자체가 목적을 달성하면 해산을 하게 되어있는 기구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조사가 완결되면 해산하는 게 맞으며 이는 행정부에서 재량 행위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김 전 실장이 승소 여부와 관계없이 '유가족에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한 것은 유감스러운 사고가 발생했기에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수사 기관에서부터 여론에 떠밀려서 수사를 해선 안 되고, 형사법 체계에 맞도록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 여론을 의식하며 수사하게 되면 인민재판처럼 된다"며 "이 전 실장에게 적용된 '직권 남용'의 경우 요건 자체가 까다롭다. 또 공무원의 직무 권한을 위법하고 부당하게 행사했다는 점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보통 검찰의 경우 본인들이 진행한 사건이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 역시도 대법에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