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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이 10년을 ‘버틴’ 힘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5.02 14:00 수정 2024.05.30 14:4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방지기의 이야기③] 서울 별책부록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단골들 발걸음…해방촌 골목을 지키는 ‘별책부록’


서울의 중심, 남산 아래 위치한 용산구 해방촌의 한 골목에는 오래된 벽돌집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사이에는 독립서점 ‘별책부록’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별책부록’은 2014년부터 운영된 서울의 오래된 독립서점으로, 홍대에서 시작해 2년 만에 해방촌으로 자리를 옮겨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별책부록이 문을 열던 당시에만 해도 지금처럼 독립서점이 활발하게 운영이 되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서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관련 경험을 쌓던 차승현 대표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또 평소 관심 있던 문화·예술 관련 책을 들이기도 하면서, ‘마니아’들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저격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신 그만큼 ‘오래’ 유지하기 힘든 것이 독립서점의 생태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울의 오래된 독립서점으로 자리를 잡은 별책부록이 쌓은 신뢰는 독자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코로나19 끝나자 고물가 시대…서점계 불황 속, ‘적극적인 독자들’이 주는 ‘힘’


마을버스를 타고, 꽤 긴 골목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별책부록의 접근성은 좋은 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차 대표는 “(해방촌에 자리를 잡은 이유엔) 모든 자영업자들이 그렇겠지만, 임대료 문제도 물론 있다”고 별책부록의 위치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럼에도 10년 이상 운영하며 구축한 단골들의 꾸준한 발걸음은 곧 별책부록의 힘이 되고 있다. “서울의 중심이라 여기저기서 오기 편한 부분은 있다. 그럼에도 오기 편한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변에 다른 서점들도 있고, 일부러 찾아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친숙해지 않나. 이름이라도 들어본 곳이기도 하고, ‘오래된 서점’이라는 수식어의 덕을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단골들의 꾸준한 지지가 이어지는 이유를 ‘그저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설명한 차 대표지만, ‘독립서점’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기 위한 별책부록만의 ‘기준’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차 대표는 별책부록의 차별점으로 ‘독립출판물’을 꼽았다.


“독립서점들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저와 비슷한 시기 시작한 서점들도 물론 없진 않다. 나는 전에도 서점 관련 일을 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된 케이스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독자들이 오게 할 수 있을까. 늘 어렵긴 하다”고 어려움을 언급한 차 대표는 “중간중간 노선을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긴 했다. 다만 지금도 1인 출판물들은 계속해서 나오지 않나. 새롭게 출판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고. 유통할 서점들이 많아졌다곤 하지만, 책은 늘 어렵다. 독립서점이라고 다 독립출판물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일 대 일 관리를 하는 것엔 어려움이 따른다. 어쨌든 우리는 ‘독립출판물’이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손님들이 그런 부분을 기대하기도 하고. 개인이 출판한 소규모 책들을 소개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잘 버텼지만 고물가 시대에, 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낮아지는 요즘. ‘서점계 불황’ 분위기를 별책부록도 몸소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요즘이 제일 어렵다. 저변 대비 공급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 별책부록을 처음 열 때만 해도 지금처럼 독립서점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서울의 독립서점 숫자만 해도 꽤 많아졌다”고 말한 차 대표는 그럼에도 지금처럼 '중심'을 지키며 꾸준히 나아갈 생각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늘 친절하자는 마인드’라고 설명하며 ‘특별한 것은 없다’라고 말한 차 대표는 별책부록을 찾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책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별책부록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경험의 폭을 넓히는 일에도 물론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별책부록은 북토크 등 기본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책을 직접 출판해 보는’ 과정을 운영하는 등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종이책, 그리고 독립서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서점은 아무래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관련 행사에 서점들이 직접 참여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향을 받아서 직접이 바뀌는 사례도 봤고, 꼭 이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취미 생활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영향을 받았다’는 독자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낀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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