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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간첩단' 누명 쓴 일가족…법원 "국가가 55억 배상"


입력 2024.05.07 11:07 수정 2024.05.07 11:08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法 "원고, 불법 구금 상태서 가혹행위 당해…위법 수집 증거로 유죄 판결 받고 복역"

"회복 어려운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고통 입어…가족들도 정신적 고통 겪었을 것"

원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일가족, 2022년 재심 청구해 '무죄' 선고받아

법원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970년대 이른바 '거문도 간첩단'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45년 만에 누명을 벗은 일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최규연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고(故) 김재민·이포례 부부의 자녀·손자·손녀 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김재민 부부에게 각각 13억9천800만원 등 이들 일가족에 총 55억2500만원을 국가가 위자료로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확정돼 지급된 형사보상금 27억8000여만원을 공제한 27억4000여만원을 실제 지급할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강제 연행돼 불법 구금 상태에서 고문·폭행·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해 수집된 위법 증거를 토대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해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가족들 역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은 명백하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소멸 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 주장에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처벌받은 뒤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무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후 재심 확정판결 6개월 이내에 소를 제기했다"며 기각했다.


거문도 간첩단 사건은 1976년 거문도에 살던 김재민씨 일가 5명이 대남공작원들의 간첩 활동을 돕는 대신 금품을 받았다고 몰려 처벌된 사건이다. 자수한 남파간첩의 제보로 시작된 수사는 불법 구금과 고문이 동반됐고, 김씨 부부와 자녀 3명은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977년 1심 법원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내 이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자녀들도 징역 2∼4년이 선고됐고, 이 형량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김씨는 7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암이 발병해 사망했고, 나머지 가족은 만기 출소했다.


부부 사망 뒤인 2020년 일족들은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 "위법수집증거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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