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가격 인상 가능성에 "기존 입장 변함 없다"
"기타주주인 기관투자자 평균취득단가 45만원 추정"
최윤범 회장, 우군 확보하며 대항공개매수로 나설 가능성 커…주가 고공행진 전망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대항공개매수 움직임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없이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을 제외한 기타투자자들은 평단가가 낮은 장기투자자가 대부분이라 인상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 고위 관계자는 23일 공개매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묻는 데일리안의 질의에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기타주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관투자자가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원상 복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재 공개매수 가격에 충분히 응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잡고 지난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각각 주당 66만원, 2만원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격 인상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주가는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가격을 상회하는 금액까지 올라 현 상황이 내달 4일까지 지속되면 공개매수는 실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었다.
여기에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기습공격에 최 회장이 대항공개매수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려아연 주가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졌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준 글로벌 독립 리서치업체 스마트카르마는 이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종전 66만원에서 90만원으로 올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간 최 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와 특별관계자로 묶여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에 대응할 수 없었지만, 지난 20일 장 씨 일가와의 특별관계자 해소를 공시하면서 이런 법적 제약이 사라지게 됐다. 이후 최 회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회동하고 일본 등 글로벌 기업과 접촉하는 등 우군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지에 선을 그은 것은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기타주주의 대세적 경향이 ‘장기투자’ 쪽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지분 구성은 지난 4일 기준 최대주주 및 장씨 일가 지분(33.1%)과 최씨 일가 지분(15.5%), 자사주(2.4%)를 제외한 기타주주 지분 48.8% 등이다. 기타주주의 대부분(97.7%)을 차지하는 기관투자자는 고려아연에 장기투자를 해왔기에 평균취득단가를 45만원 밑으로 보고 있다는 게 MBK파트너스측의 분석이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의 우군 확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한화, LG, 한국투자증권, 한국앤컴퍼니, 소프트뱅크, 베인캐피탈, 스미토모 등 재계와 일본 기업, 해외 펀드 등을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됐지만,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접촉 상대방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라고 언급했다. 대항공개매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협의는 비밀유지가 만남의 전제인 것이 불문율이고, 상대방으로서도 만남이 공개되는 것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대항공개매수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부정거래행위,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법적 논란에 연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는 “만약 대항공개매수가 없다면, 최근 3거래일간 80만주 이상을 매수하면서 주가를 견인하고 있는 개미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그 파급효과는 최 회장과 소위 우군으로 언급되는 기업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의 현실적인 상황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미 고려아연 인수전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력을 쏟기로 한 상태에서 공개매수가 인상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에 투입키로 한 자금은 최대 2조원대로, 국내 공개매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