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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을 명심하라'…이재명, 민주당 이름 걸고 헌법·민주주의 역행 논란


입력 2024.05.08 00:00 수정 2024.05.08 00: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헌법·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소신투표'

李 "당론 입법 무산시키는 일 없어야'

당내서도 '민주주의 퇴색 이미지' 우려

국힘 "李, 체포안 색출하겠단 경고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당론 법안을 무산시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로 재편됐다. '명심당'(明心黨) 완전체가 구축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 대표는 당선인들에 '당론 엄수'를 주문하며 기강 잡기에 나섰다.


이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하나의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소신 투표'보다 당론이 우선이라는 점을 못박고 당내 이견을 원천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특히 추후 국회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은 자신을 향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초선 당선인은 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당선자총회 이후 가진 모임에서 (당내 국회의원) 선배들이 '웬만하면 초선들은 의원총회나 당론이 오가는 자리에서 의견을 내기보다 경청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며 "초선의 패기는 좋지만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당부로 들렸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이 언급한 '초선은 경청하라'는 조언은 최근 이 대표가 당부한 '당론 엄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선자총회 모두발언에서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어떤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몇 차례 봤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당 일각에선 당대표의 군기 잡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지난해 9월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실제 지난해 국회로 넘어온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당시 재석 295명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최종 가결됐다. 당내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 사퇴 파동으로 번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고 서슬퍼런 경고장을 날렸고, 이후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자 사이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파' 색출 작업까지 나서며 당이 사분오열 됐다.


이 대표는 "당의 생명력은 초선에서 오는데 (초선 의원들이) 너무 말이 없어 물어봤더니 '선배들이 말하지 말라'고 했다더라"며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 동의하지 않는다. 의원 각각 개인의 사적 욕구가 아니라 공익적 목표에 따른 주장은 강하게 얘기해주고, 당의 발전을 위해 개혁적인 발언도 세게 해줘야 한다"고 의견 개진에 여지를 남겼다.


다만 계파 색채가 옅은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발언 배경과 관련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와 비명(비이재명)계가 비판해 온 사법리스크 해소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며 "이번 총선에서 우리 당 초선만 60여명에 달하는 만큼 당대표로서 기강 잡기엔 딱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펼쳐야 하는 게 당연한데 '당론에 이견을 내지 말라' '다양성은 필요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경우, 반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언론이 평가하는 '이재명 일극체제' 상황에서 당명에 '민주'라는 이름을 건 민주당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퇴색시키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과 정당정치는 헌법과 국회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헌법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개별 의원의 소신투표를 보장하고 있다.


또 국회법 제114조의2에 의하면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당론 엄수' 지침이 당내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헌법에 반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7일 오후 국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논란을 의식한 듯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자기의 신념에 따라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서도 "충분한 토론 끝에 당론으로 결정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당연히 당인으로서 그것에 따라주기를 권고하는 게 지도부 원내대표로서 요청드릴 사항"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비교적 합리주의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사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여당은 민주주의 퇴행이라고 직격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서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회의원 개인의 목소리를 억제하고, 이 대표의 엄명을 따르라 강요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며 "이 대표가 시도하는 '민주당의 사당화 전략'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연임 추대론'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전체주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냐.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공당이 맞느냐"라며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이 추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또다시 국회에 제출될 경우 반란표를 들지 말라, 또다시 색출하겠다는 경고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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