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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학전’ 자리 넘겨 받은 예술위, 정체성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입력 2024.05.12 11:01 수정 2024.05.12 11: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총 359개 작품을 기획, 제작하며 수많은 공연예술인에게 기회를, 수많은 관객에게 추억을 안긴 학전이 33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학전’이라는 이름의 극장은 없다. 극장의 현판이 철거되고, 더 이상 이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에 누군가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배경을 들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사실 학전은 한 차례 폐관을 피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응원하는 팬들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 당시 대상 시상자로 나선 문화체육관광부 유병채 문화예술정책실장이 “학전과 김민기 대표의 뜻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협의를 해왔고, 건물주와도 협의가 잘 돼서 지금의 용도로 계속 사용하겠다는 합의를 얻어냈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그러면서 “김민기 선생님께서 운영해오신 어린이 작품, 대중가요 콘서트 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김민기 선생님께서 회복하시면 마무리해서 3월 이후에도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의 뜻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발언이 학전의 유지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실상 창작공간활성화지원사업을 위해 대학로 내 공연장이 필요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입장에선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공간으로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학전과의 최종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결국 학전은 폐관을 결정했고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존중해 학전의 명칭은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 공간’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전은 33년간 문화예술의 ‘못자리’로 인식되어왔던 만큼, 그 자리를 이어받는 것만큼이나 정체성을 이어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지금까지 학전을 운영했던 김 대표가 어린이극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터라 이 극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공공극장으로서의 역할을 어ᄄᅠᇂ게 수행해 나갈지가 가장 큰 과제다.


예술위가 학전의 이름을 쓰지 않게 됐다 하더라도 이미 ‘구 학전’으로서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학전이 보여줬던 정체성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대중의 관심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들 역시 공연장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해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공연장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명분도 충분하다.


예술위는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공공극장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예술위 관계자는 “공연장 이용 대관료를 낮춰 공연 단체의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로 예술단체와 상생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공연장에서는 예술위 지원 사업과 연계해 뮤지컬과 연극 분야 어린이·청소년 사업 공모에 선정된 작품을 선보이며 학전을 지켜온 김민기 대표의 철학을 담아내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등 신인 뮤지션을 발굴·지원하는 무대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학전 마당에 설치된 김광석 노래비 부조상을 보존해 문화공간으로서의 명맥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예술위는 건물을 임차해 리모델링 과정을 거친 후 7월부터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는 이 공간의 새 이름을 찾는 ‘대국민 명칭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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