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7가지 핵심 정책 추진 방침
가해자 형사공탁금 회수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규정 신설
다음 달 25일까지 의견 수렴한 후 개정안 국회에 제출 예정
박성재 "일상회복에 이르기까지 국가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형사사건 가해자가 선고 직전 '기습 공탁'을 통해 부당하게 감형받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 손질에 나선다.
법무부는 16일 이러한 내용의 공탁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포함해 범죄 피해자를 위한 7가지 핵심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형사 재판 중인 가해자가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이 피해자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했다.
가해자의 형사공탁금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다만 피해자가 공탁물 회수에 동의하거나 확정적으로 수령거절을 하는 경우, 공탁 원인이 된 형사재판이나 수사 절차에서 무죄판결·불기소 결정(기소유예 제외)을 받는 경우 예외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형사공탁이란 형사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합의금 등을 맡겨두는 제도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 등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것은 피하면서 피해는 회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합의를 하면 형량 감경 요소로 반영된다는 점을 악용한 '기습 공탁' 등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간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데도 가해자가 판결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공탁하고, 법원이 별도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형을 감경해준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공탁자가 언제든지 형사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어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아 가지 않은 사이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감형을 받은 뒤 공탁금을 회수해 가는 '먹튀 공탁' 사례들도 있었다.
법무부는 다음 달 2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가해자의 보복 위험성 등으로 피해자의 신변 보호가 필요한 경우 가해자의 주소를 포함한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검찰청 예규를 개정해 이날부터 시행했다. 기존에는 합의와 권리 구제를 위해서만 가해자의 주소와 연락처 등을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법무부는 또 재판부가 피해자의 재판 기록 열람·등사를 허가하지 않을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현행 형사소송법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해 작년 2월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이 피해자의 열람·등사 신청을 불허하거나 조건부 허가하는 경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중대 강력범죄와 취약계층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신변 보호와 권리 구제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원칙적으로 열람·등사를 허가하도록 특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피해자에게 지급한 범죄 피해 구조금에 대해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보다 효율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범죄피해자 보호법도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밖에도 법무부는 국선변호사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신청서류를 간소화하고, '범죄 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를 7월 중 개소해 여러 부처로 분산된 피해자 지원 제도를 유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범죄 피해자들이 보호·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히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들이 형사사법의 한 축으로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고, 범죄 발생 시점부터 일상회복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