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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과 결혼 후 돈만 받고 따로 산 중국女…사기죄 '무죄' 왜? [디케의 눈물 229]


입력 2024.05.21 03:03 수정 2024.05.21 07:45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 2021년 70대 노인과 혼인신고…150만원 챙긴 혐의 등 사기죄 기소

법조계 "결혼 전 1년 간 교제하며 연락…혼인 의사 없었다고 보기 힘들어"

"혼인신고 후 동거·만남 없이 따로 살았어도…혼인 실체 부정되는 것 아냐"

"이미 체류연장 수월한 비자 취득…국적 얻으려 혼인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게티이미지뱅크

치매에 걸린 70대 남성에게 거짓 결혼 빌미로 15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중국 여성이 사기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두 사람이 결혼 전 약 1년 간 관계를 이어왔기에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고 받은 돈의 일부를 공동 데이트 비용 등으로 썼다는 점을 보면 기망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기에 무죄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피고인이 국내 체류연장이 수월한 비자를 이미 취득한 상황이었기에 국적을 얻으려 혼인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 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는 사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8·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날 밝혔다. 중국 재외동포인 A씨는 2022년 강원 홍천군 모 행정복지센터에서 B씨(78·남)와의 혼인신고서에 내용을 기재하고 B씨에게 서명토록 하는 등 혼인의사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1년 11월 B씨에게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도 받았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서로 혼자 지내니까 함께 살자. 그런데 혼인신고를 하려면 150만원이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해 돈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간병인으로 생활하다 지인에게 B씨를 소개받았고 A씨와 B씨가 2021년 2월쯤부터 연락하고 만난 것으로 봤다. 또 재판부는 그 둘이 두 차례 서로 생일에 A씨 딸과 식사하는 등 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혼인신고 후 동거하진 않았으나 이 사건 고소 무렵까지 서로 연락했던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혼인신고 후 B씨와 거의 만나지도 못했다고 보면서도 그 이유가 A 씨의 직업이 간병인이고 2022년 3월쯤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혼인의 의사가 없고 치매 증세로 인해 판단이 온전하지 않은 피해자를 속여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면 사기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혐의가 성립했을 것이다"며 "그러나 A씨와 B씨가 혼인 전 약 1년 간 관계를 이어왔고 자녀도 함께 만났다는 점에서 혼인의 의사가 아예 없었다고 보긴 힘들다고 보고 무죄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면서 "혼인신고 이후에 두 사람이 동거나 만남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혼인의 실체가 무조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특히 중국의 경우 부부가 각자 일을 하면서 따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에 결혼 후 같이 살지 않았다고 해서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고 보긴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현림)는 "검찰은 A씨가 영주권 문제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자 거짓 혼인한 것이라고 주장한 듯 보이나 법원은 재외동포비자가 있는 A씨가 국내 체류 연장이나 취업이 수월한 상황에서 굳이 혼인을 통해서 국적을 획득할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결혼생활을 할 의사가 없음에도 혼인의 대가로 큰 돈을 받았다면 기망 행위에 따른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으나 150만원이라는 크지 않은 액수의 돈을 받고 이 중 일부를 데이트 비용으로 썼다는 점을 보면 금액적인 문제에서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고 부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사기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려면 혼인의사가 없이 혼인신고를 한 점이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할 것이나, 기록상 유죄의 증명이 명백하기 된 것이 아니라서 무죄판결이 나온 것이다"며 "A씨와 B씨가 실제로 교제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있고 혼인신고 후 동거하진 않았으나 이 사건 고소 무렵까지 서로 연락을 했다는 점 등이 무죄 판단에 근거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혼인신고 후 B씨와 만나지 못한 이유가 A씨의 직업이 간병인이고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라는 사정을 고려했을때 A씨가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명백하게 증명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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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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