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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인류, 결국 해결도 우리 몫 [위기의 기후⑤]


입력 2024.05.22 07:00 수정 2024.05.22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산업혁명 이후 급증한 탄소배출

지구온난화 이끌어 이상기후 현실

폭염·폭우, 인류에게도 직접 피해

해법은 ‘지금 당장’ 실천하는 친환경

2011년 7월26일 그린랜드 누크 인근 바다에 빙하가 녹으면서 떨어져나온 거대한 빙하 조각이 떠 있다. ⓒ뉴시스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 문제에 있어 인류는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준 가해자다. 동시에 많은 동·식물과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생물로서 피해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인 인류는 달아오르는 지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짧게는 수천 년 길게는 수만 년 동안 이어진 인류 역사는 산업화 이후 환경 오염의 확실한 주범 노릇을 했다.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 발간한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은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약 1℃가량 지구 기온을 높여놨다. 1850~1900년 대비 2006~2015년 지구 평균온도는 0.87℃ 상승했다. 온도 상승 폭은 최근 인류 산업활동 가속화로 10년마다 평균 0.2℃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1.5℃만 높아져도 사실상 인류가 재앙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는 1℃만 올라도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한다. 생물 다양성은 붕괴하고 식량 생산은 불안정해진다.


2015년 스위스 취리히 대기기후과학연구소 에리히 피셔 박사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혁명 전 3년에 한 번 발생하던 폭염이 현재 5배 증가했다.


지구 온도가 1.5℃ 이상 오르면 폭염은 8배 넘게 증가한다. 집중호우와 가뭄도 최고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표면 수분 증발로 지역별 폭염과 폭우 양극화가 이어진다. 극심한 가뭄은 대형화재로, 폭우는 홍수와 같은 재해를 낳는다.


중국의 한 연구팀은 지구 온도가 2℃ 상승하면 세계 육지 20~30%가 사막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염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사막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폭우가 쏟아졌다. 12시간 동안 내린 비는 100㎜가량이다. 이는 두바이에 내리는 1년 치 평균 비의 양과 맞먹는다. 도로는 침수됐고,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인 두바이 국제 공항도 활주로가 잠겨 운영을 한 때 중단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지난 3월 이후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228명이 숨졌고, 72명이 실종됐다. 나쿠루주(州) 올드 키자베 댐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5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수도 나이로비에는 최근 7일 동안 305mm의 비가 내려 도시 전체가 사실상 물에 잠겼다. 케냐 기상부는 이런 폭우가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201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이 '아쿠아 알타'(Acqua Alta)로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22년 봄 남극 온도는 계절 평균보다 40℃ 가깝게 올랐다. 남극 콩코르디아기지 과학자들이 그해 3월 18일 확인한 남극 기온은 계절 평균보다 38.5℃ 높았다. 전 세계 기상센터가 측정한 기록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온 상승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동안 인류는 각종 위기를 극복할 때 과학과 기술을 활용해 왔다. 어떤 문제가 닥치면 고도의 기술과 과학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때론 이러한 해법이 또 다른 문제를 낳자 더욱 진일보한 기술·과학으로 해법을 내놓았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는 이러한 ‘기술과 과학’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때론 이런 방법이 결과적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혁명이라 불리는 산업화 기술이 역설적으로 지구 환경을 가장 크게 파괴해 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 제45대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는 자신의 저서 ‘불편한 진실’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 방안을 ‘불편’에서 찾았다. 고어는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불편한 삶을 주문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해결을 위해서는 “고효율 가전제품과 전구를 쓰고. 단열재를 사용해 냉난방 기구 온도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카(차)를 사고, 웬만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걷기 힘든 거리는 가급적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지구온난화 극복 실천법 가운데 하나다.


고어는 재활용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정부에 그린 에너지 사용을 촉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나무를 많이 심는 것, 환경 문제를 주변에 알리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부모에게 환경 보호·보전에 앞장서 줄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그런 부모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환경부가 2021년 내놓은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에서의 지구온난화 극복 방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소 불편하고, 귀찮고, 힘들어지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환경부는 안내서를 통해 ▲냉·난방 온도 2℃ 조절하기 ▲냉장고 적정용량 유지 ▲비데 절전 기능 사용 ▲창문과 문틈 바람막이 설치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과대포장 제품 안 사기 ▲장바구니 이용 ▲물티슈 덜 쓰기▲다회용 컵 사용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을 주문했다.


이러한 실천이 사회적 연대로 확대할 때 지구온난화를 이겨내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는 최선책이 된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고어 전 부통령과 환경부 모두 지구온난화 극복은 거창한 각오가 아닌 너무도 익숙해진 ‘편리함’ 대신 불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인류는 지구 온난화를 낳은 주범이다. 그에 따른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달아오른 지구를 식힐 수 있는 유일한 해결사라는 점이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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