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디지털 전환·미래 첨단 산업용 섬유 부상
정부, 섬유기술 개발 분야 최신 트렌드 대응
섬유소재산업 육성…패션산업 재도약 구상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섬유산업이 미래형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1960~70년대 수출을 주도하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총 3000억 달러 무역수지를 달성한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한때 자동차와 반도체·휴대폰 등 첨단제품에 밀려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철보다 강한 고성능 섬유를 개발하는 등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꾀하고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면서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1987년부터 2001년까지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왔다. 2022년에는 123억1000만 달러를 수출해 규모 면에서 세계 17위에 올랐고 이 중 섬유 소재는 세계 9위 수준이다.
세계 섬유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3.4% 증가했다. 글로벌 교역규모는 2021년 기준 1조9000억 달러로 철강(1조2000억 달러), 반도체(6000억 달러)를 압도한다.
하지만 의류용 섬유 분야에서 주요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수요기업이 친환경 전환 선언과 이행으로 사실상의 무역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첨단 산업용 섬유 기술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섬유산업은 전후방 연계성이 큰 고용창출형 주력산업(국내 4.7만개사(社), 25만명 고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0년대 이후 범용소재 생산기반의 해외이전, 개도국의 시장 잠식 등으로 인해 정체 상황에 있다.
이에 섬유업계는 위기 국면의 돌파 수단으로 '친환경 전환'을 인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면서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지속가능'과 '디지털 전환'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래형 산업생태계로 전환함과 동시에 산업 전반에 걸친 협업 강화를 통해 혁신성장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순환경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 소재·디지털 전환·첨단 산업용 섬유 개발…섬유기술 개발 트렌드 대응
섬유 기술 분야 최신 트렌드는 ▲지속가능 소재(재활용·생분해 등) 실현 ▲디지털 전환 확산 ▲첨단 산업용 섬유 개발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세계 섬유산업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섬유소재 시장은 2021년 489억 달러에서 2030년 1019억 달러로 연평균 8.1%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정부 역시 '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마련해 섬유의 재사용·재활용률을 2030년 50%, 2050년 7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40대 초격차 프로젝트' 핵심 추진과제로 탄소중립형 친환경 소재 개발을 선정하며 폐섬유·폐의류 리사이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9,200만 톤 이상 매립·소각되고 있는 섬유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섬유산업의 선순환은 물론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연평균 6.1% 고성장이 전망되는 글로벌 비건레더(버섯 균사체, 농림 부산물 등 동물이 아닌 재료로 만든 가죽)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부는 바이오매스 기반의 신소재 비건레더 기술 선점 및 실증을 목표로 올해부터 5년간 약 5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에 착수했다.
민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티앤씨 등이 리사이클 소재 일부를 실제 상용화했고 비와이엔블랙야크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의류를 출시하는 등 지속가능 섬유소재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 확산과 관련해서는 섬유 소재, 원단, 의류 등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축적·공유하는 오픈 플랫폼 구축과 '섬유패션+ICT' 융합기술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스마트·버추얼 등 패션테크는 대한민국이 강점을 갖고 있고 세계시장에서 지배적 강자가 존재하지 않아 우리가 글로벌 브랜드 창출 및 시장선도 가능성도 크다.
특히 연평균 26% 이상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의류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스마트 의류 제품군에 공통적으로 활용 가능한 소재부품 기술의 고도화 및 실증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미래 성장성이 크고 국내 배후 수요가 뒷받침되는 스마트의류의 3대 응용 분야(스포츠·레저, 재난안전, 헬스케어) 중심으로 기술개발 지원을 계획 중이다.
첨단 산업용 섬유 개발에는 민간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5G 광케이블, 풍력블레이드 등 전방산업에서 아라미드·탄소섬유의 수요증가에 대응한 국내 생산기반이 확대일로에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오는 2028년까지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연 6500t에서 2만4000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파라아라미드 섬유 생산라인을 기존 7500t에서 1만5000t으로 2배 늘렸다. 이밖에 태광산업도 파라아라미드 섬유 생산라인을 연 5000t으로 증설할 예정이다.
정부, 섬유소재산업 육성…섬유·패션산업 재도약 추진
세 가지 트렌드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국방섬유 국산화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도 고성능 국방섬유소재 개발과 국방섬유 국산화 확대를 위한 정책지원도 꾸준히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또한 친환경 전환 가속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섬유 핵심기술 및 수요산업 니즈 대응을 위한 첨단·고성능 섬유 상용화 기술개발에도 집중 지원하고 있다.
화학재생 그린섬유 개발 지원을 통해 섬유산업 순환경제 구축의 마중물 역할로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총 296억원을 투입 중이다. 2025년까지 5년간 총 1563억원이 투입된 나노융합 기술분야 가운데 섬유산업 부문에서는 '차량이용자의 편의안전성 향상을 위한 내외장부품 개발'과 '나노하이브리드 소재 기반 초미세먼지 여과율 95% 이상의 재생 가능한 중대형 필터 제품 기술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은 섬유산업 생존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섬유업계는 '친환경'이라는 섬유산업 선도국의 실질적 무역장벽에 대응이 가장 시급하다.
2022년 '지속가능·순환섬유전략 2030'을 발표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을 집행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글로벌 수요기업인 H&M과 나이키 등 75개 기업은 2030년까지 100% 친환경소재를 적용한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섬유산업 전주기 지속가능성 확보가 산업경쟁력의 핵심요건이 됐다.
또한 기획-생산-유통 등 섬유패션산업 전분야로 디지털화가 확산되며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주·항공, 방산, 미래 모빌리티, 환경 등 첨단산업을 위한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의 소수 선도기업이 고성능 첨단 산업용 섬유 기술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정부도 우리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통한 체질 개선과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로의 구조 고도화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섬유패션산업 재도약 전략을 수립 중에 있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원장은 "우리 섬유패션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 대응과 동시에 산·학·연 협력을 통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KEIT는 섬유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는 R&D 지원을 지속해 민간 투자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K-섬유패션이 고용친화적인 고부가가치형 미래 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